페이스 메이커란 마라톤 대회에서 함께 달리며 초보자들의 오버페이스를 막아주고, 선두 그룹까지 이끌어 주며, 완주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남의 목표를 위해 달리며 결코 끝까지 가지 않는다. 나는 페이스 메이커로 10년간 아이와 함께 달려주었다.
흔히 자식을 손가락에 비유하곤 한다. 나에게도 짧고 아픈 손가락 하나가 있었다. 나이 40이 다 되어 얻은 늦둥이 아들은 어느 손가락에 비유할 수 있을지…보기도 아까운 녀석은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의지도 없고 학교 공부에는 흥미없이 길거리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였다. 결국, 전화 데이터 사용료가 100만원이 넘게 청구되면서, 온라인 컴퓨터 게임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질책과 허용 사이에서 아이도 어른도 서로 상처받고 지쳐가기 시작했다. 중독이 두려웠다.
영어회화 책 하나를 믿고 4학년인 아이와 LA공항에 내렸다. 가톨릭학교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모르는 것이 있거나 질문이 있으면 선생님 눈을 쳐다봐라. 그럼 내가 가서 알려줄게.” 영어로 질문을 할 줄 모르는 아이에 대한 배려였다.
몇몇 단어를 삽입하는 공백만 남겨두는 format을 노트에 적어 주어 일기 숙제를 하게 하였다. 점점 동사와 숙어로 문장을 늘리며 매일 매일 해야 하는 것을 완수하는 훈련이 되었다. 학교 공부보다 놀이를 배우는 것에 선생님은 더욱 관심이 많았다.
Day Care Center에서 일하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지루한 아이들과 함께 놀며 게임을 하고 친해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사용하지 않았다 10학년때까지. 도서관에서 한시간의 컴퓨터 사용과 wifi가 되는 곳을 이용하였다. TV 대신 책과 DVD를 빌려보고 초등학교 교과서로 함께 영어를 익혔다.
나는 선수가 선두 그룹에 들 때까지 곁에서 함께 뛰어 주는 페이스 메이커였다. 원하지 않았던 기러기 가족이 되었고, 그 기러기가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위태로움이 두려웠었다. 하지만 아이는 Medical High school에서 당당히 valedictorian(수석)으로 졸업을 하게 되었고, 명문 대학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 이제 난 안다. 빠져 주어야 더 잘 달릴 수 있다는 것도. 모든 페이스 메이커와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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