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로 고생하는 둘째를 데리고 피부과 의사를 만나고 온 남편과 기가 막혀 웃었다. “알러지 검사라니! 말이 돼? 우리 식구한테 알러지라니!” 그때가 둘째 7개월. 아기 때부터 잘 토하고, 얼굴과 목부위가 벌겋게 부풀어 오르고, 가려워 잠들기 힘들어하던 아이를 드디어 병원에 데려간 뒤였다. 믿지 않았으니 당연히 알러지 검사는 차일피일 미루었다.
돌이 되기 며칠 전, 아이가 데이케어에서 크래커를 먹고 호흡 곤란으로 응급차를 타게 되었다. 그 뒤 의사를 만나 밀가루, 계란, 너트류 등에 알러지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아이들 13명 당 1명꼴로, 전체 인구로는 1,500만명이 음식 알러지가 있다는 것도. 믿기 어렵게도 내 아이가 그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알러지 검사는 스킨 프릭 테스트, 피 검사, 그리고 오피스에서 음식물 유발검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 테스트들이 간단한 답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떤 경우에는 스킨 테스트에서 알러지가 있다고 나오는 음식이 피 검사에서는 나오지 않거나, 스킨 테스트와 피 검사에는 알러지가 있다고 나오는 것이 실제 먹었을 때는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두가지 테스트에서는 알러지가 없다고 나와도 먹었을 때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알러지의 증상에는 구토, 두드러기, 가려움, 부종, 호흡곤란, 복통 등이 있는데, 두가지 이상의 증상이 보이면 Anaphylaxis 로 작은 증상이 짧은 기간에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로 급속히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상비하고 있는 에피네프린 주사약을 재빨리 투여하고 응급실로 가야 한다.
둘째 아이는 반응이 오면 기침 단 몇번에 하루종일 먹은 음식을 다 게워내기 때문에 꽤 많은 종류의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 감기 기운이 있으면 평소에는 괜찮았던 음식도 심하게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고, 비누를 잘못 써도, 도서관에서 책을 만지고 와도 뜬금없이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정도이니 나의 모든 신경은 아이가 뭘 먹는지, 만지는지에 가 있다. 안그래도 두살 반이면 음식 먹이기가 쉽지 않은 나이인데, 한정된 재료로 해먹이는 나도 마음이 안좋다. 그래서 둘째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은 되도록이면 집안에 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맙게도 첫째는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해 줘서 다행이고, 어린 둘째는 ‘아야’해서 안된다면 달라고 조르는 법이 없다. 자기가 먹으면 아프다는 것을 벌써 알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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