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음악을 사랑한다면 샌프란시스코에서 참여할 수 있는 즐거운 모임들이 꽤나 있다. 그 중 하나는 ‘Sing Out, Davies!’ 합창 워크샵이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면 하루 저녁 프로 합창단원이 된 것처럼 멋진 심포니홀 무대에서 샌프란시스코 합창단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공연을 해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
덕분에 올해 초 ‘우리앙상블’ 멤버들은 데이비스홀 무대에서 450명 합창단원과 함께 화음을 만들었다. 보통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합창단 지휘자가 지휘하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빨간 뿔테 안경을 낀 80세 넘은 은퇴지휘자 반스 조지가 리드를 했다. 음악을 평생 가까이 해서 그런지 주름도 별로 없고 마음도 젊은 듯해 저녁 내내 우리를 사로잡았다. 이 지휘자의 말에 따르면 베이지역에는 500개가 넘는 합창단이 있다고 한다. 어느 합창단에 속해 있는지 참가자들에게 물었을 때 그 대답이 끝이 없을 정도였다. 매주 꾸준히 연습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내 옆에는 예쁘게 생긴 백인 여고생이 열심히 부르고 있었다. 아마 가장 어린 참가자로 보였다. 마운틴뷰에서 엄마와 함께 왔는데 엄마는 앨토, 딸은 소프라노여서 따로 앉아 있긴 하지만, 함께 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나도 언젠가 내 손녀가 커서 딸과 함께 3대가 데이비스홀 무대에서 합창을 부르는 꿈 같은 상상을 하면서 잠시 행복에 젖었다.
“여성의 미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약방문은 없는가 보다. 다만 착하게 살아온 과거, 진실한 마음씨, 소박한 생활, 그리고 아직도 가지고 있는 희망, 그런 것들이 미의 퇴화를 상당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라는 피천득 선생님의 <여성의 미>의 글을 떠올리며 음악과 함께 잘 늙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나이들어가는 것도, 음악하는 것도 소망을 가질 때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것 같다.
올해 4월 17일 공연하는 합창모임은 지금 신청을 받고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자리가 한정돼 있어 인터넷으로 신청을 해야 한다. 각자 연습한 뒤 일요일 저녁 6시 30분에 모여 연습하고 9시에 공연한다. 이 멋진 도시에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작은 즐거운 모임을 찾아 나선다면 상상도 못한 행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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