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개성공단 폐쇄조치로 남북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체제 붕괴를 처음으로 언급한 ‘2·16선언’ 이후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적이자 실제적 모델이었던 개성공단 폐쇄와 한국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대해 워싱턴에서 통일운동에 관심을 가져온 각계 인사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남북관계나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요동칠 것인지, 한국이 얻을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지 그 견해를 들어보았다. <정리=이종국 기자>
1 개성공단 폐쇄와 박 대통령의 북한 정권 변화선언 등 대북압박 정책으로의 선회에 대한 견해는?
2 북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이번 강경 조처들이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은?
3 이번 조처로 한국이 얻을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보복조치로 당연
<김휘국 워싱턴 VA대 교수, 육사 22기>
1 개성공단 폐쇄는 계속되는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에 대한 보복 조치로 그 책임이 북한에 있다. 그동안 한국은 인도주의적 화해와 협력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그 인내가 한계에 달하여 핵 위협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미국과 유엔이 대북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남한이 계속 돈을 북으로 흘려보낸다면, 유엔 회원국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2 이번 조처로 북한에 퍼주기는 없어지고 미국도 북한의 돈줄을 죄이는 한편 군사적 수단도 준비해놓을 것이다. 특히 한국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의가 한미동맹 간에 급속히 진전될 것이다. 이는 당연한 것으로 북한을 억제하지 못하는 중국이, 이를 왈가왈부 하는 것은 명분 없는 일이며, 중국과 소련도 북한 핵 보유를 반대해 왔기 때문에 경제제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3 이번 조치로 북한은 많은 경제적, 외교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초강도의 경제제재로 북한은 핵을 어깨에 메고 망하거나, 핵을 포기하고 국제 제도권으로 들어와야 할 것이다. 특히 실익을 논하기에 앞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안보 불감증이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한국 국민들의 단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강경조치, 장기적으로 북핵^미사일 제어장치 될 것
<황원균 워싱턴 평통 회장>
1 남북관계는 늘 팽팽한 줄다리기 게임을 해왔다. 일시적으로 유화국면도 있었지만 북한의 속성이 변화한 건 없었다. 이번 사태도 결국 북한이 초래한 것이다.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원인이다. 한국으로서는 김정은 정권의 극단적 행동을 좌시하거나 더 이상 끌려 다닐 수는 없었을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불가피한 조처였다.
2 이번 사태로 앞으로 한반도에 신 냉전이 찾아올 수도 있지만 그 냉전의 성격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당했던 방식이 아니라 당하기 전에 대응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남북의 긴장상태도 악화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북핵과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제어장치가 되고 대화와 남북통일의 길을 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3 우리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획득했다. 이러한 지지로 평화통일이 더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다만 그동안 가까워진 중국과 다소 멀어지거나 일시적 경제적 손실 우려는 있다. 그렇다 해도 우리의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들이 더 단합해 대응하면 우리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과 사드를 하나의 정책적 수단으로 삼아야
<류재풍 로욜라대 명예교수, 원코리아연합 공동의장>
1 정부의 이번 조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3년간 무자비한 숙청과 핵실험, 미사일 발사에 6자회담 거부 등 막무가내 식 통치를 해왔다. 이번에 버릇을 고쳐야 된다는 한국내 공감대가 컸을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다른 나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이끌어내려면 강수가 필요했을 것으로 본다.
2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도입 문제가 완전히 결정되지 않았기를 바란다.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그 카드를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청와대나 외교진들의 머릿속에,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 않더라도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 개성공단과 사드를 하나의 정책적 수단으로 삼을 수 있게끔 하는 고려가 들어있었으면 좋겠다.
3 현재 김정은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다. 북핵 폐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국정부가 조급함을 버리고 길게 보고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키는 결국 중국이 갖고 있다. 중국을 설득할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사드 배치를 한다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미중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중국이 한국 정부의 체면을 살려주고 한국은 사드 도입을 않고 미국이 중국을 설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억제력만으론 핵개발 저지 못해…한국 경제 타격 불가피
<김동현 전 존스합킨스대 겸임교수,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1 남북 간에 지난 20여년 쌓아온 화해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안타깝다. 이번 조치가 정책적 결정이라기보다 즉흥 반응을 보여 우려스럽고 절차상에도 문제가 있다. 남북관계의 모든 걸 차단하고 감정적으로, 적대적 방향으로 이어지게 되면 북핵 문제의 점진적, 평화적 해결원칙을 저버리게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아쉽다.
2 강경 대 강경 대치국면이 지속되면 남북의 안보 긴장은 물론 군비경쟁이 심화되고 사드 배치로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미, 일, 한-중, 러, 북이라는 새로운 냉전구도 재현으로 이어질 것이다. 사드 배치가 이미 허용, 결정 단계라면 중국과 관계 악화는 물론 한국이 더 이상 제재할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 한국의 사드 기지가 중국의 타격목표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가 심해지더라도 북한의 엘리트들 중에서 핵개발을 포기할 사람은 없다.
3 우리가 얻을 건 별로 없다. 북도 가진 게 없어 잃을 게 크게 없다. 우리가 얻을 게 있다면 한미방위전력 증강과 무기 증강 등 억제력 강화다. 그러나 억제력만 갖고는 북핵 개발을 저지하거나 포기시킬 수 없다. 억제력이 증강될수록 긴장은 고조되고 한국 경제와 국가 신인도는 타격받을 것이다.
북한 장사포 부대 다시 전진배치되면 안보적으로 걱정
<강창구 사람사는세상 워싱턴 전 대표>
1 분단 70년 이후 지속돼 오던 통일 노력을 박근혜 정부는 한 순간에 백지로 돌려버렸다. 통일 대박론이 얼마나 허구였는지를 스스로 증명한 사건이다.
2 지정학적으로 북한을 봉쇄하는 건 쉽지 않다. 개성공단 폐쇄와 북한정권 교체론은 새로운 화약고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버린 일이다. 북미 간의 문제에 우리가 섶 지고 뛰어 들어간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남북 갈등을 넘어선 북, 중, 러와 미, 일간에 확실한 전선을 형성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3 우리가 얻을 것은 없다. 35% 국민들을 단합시키는 것 외에는, 경제적으로는 기업들의 막대한 손실과 국제적인 신용하락이 심히 우려된다. 한국에 중국은 제1 교역국이다. 대중무역은 2013년에 벌써 한미, 한일 간 교역량을 능가했다. 우리 경제에 중대할 영향을 미칠 중국을 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이번 조치는 안보적으로도 걱정된다. 개성공단으로 인해 후방으로 밀려난 장사포 부대와 북한군들이 다시 전진 배치되면 군사적 완충지대가 사라져 버리게 된다.
이산가족 상봉기회 무산…심리적 분단 깊어질까 우려
<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1 현 정부가 성급하게 문제의 해결책보다는 키우는 쪽으로, 긴장 고조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 것 같다. 평화 기조 대신에 대결을, 대화 보다 무력과 힘의 대결을, 체제 공존보다 체제 부정 정책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2 이번 사태는 남북 공히 책임이 있다. 그동안 남북 사이에 일시적 긴장은 있었으나 이번엔 구조적 긴장 체제로 한반도가 들어가는 것이다. 결국 지난해 한국이 9조원의 무기를 도입했듯이 군사비 지출이 늘고 국민들의 이념 대립과 외교적 대립도 심화될 것이다.
3 이번 사태로 혹시라도 얻을 게 있다면 남북관계의 새로운 정립이다. 햇볕정책과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세력 사이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좋은 대안은 무언가하는 총체적 성찰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산가족의 상봉기회가 사라지고 문화예술과 스포츠, 학술 교류가 중단되어 양측의 발전과 문화적 일치, 통합이 더 오래 걸리게 됐다. 목회자의 입장에서 심리적 분단이 깊어질까 걱정이며 우리 사회의 경직성이 더 단단해질까 염려스럽다. 평화야말로 가장 큰 정책이자 핵무기보다 강력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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