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교유착 합수본, 공소시효 만료·증거부족 판단…부산시장 후보확정 하루만
▶ 2천만원 현금수수 의혹은 규명 못해…자서전 500권 구매 의혹도 ‘혐의없음’
▶ 임종성·김규환 무혐의…전재수 측 보좌관 4명은 증거인멸 혐의 불구속 기소

경찰청 출석하는 전재수 전 장관 [연합뉴스]
종교단체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등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기간인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취지다. 전 의원이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지 하루 만이다.
합수본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전 의원의 뇌물 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완성되거나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경찰 수사팀의 불송치 결정 및 검찰 기록 반환으로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2018년 무렵 통일교로부터 한일 해저터널 관련 청탁과 함께 현금 2천만원과 1천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 1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2019년 통일교 산하 선화예술중고 이전에 관한 청탁을 받고 자서전 구입 대금 명목으로 현금 1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합수본은 통일교 측에서 명품 시계 등 금품을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시점과 장소를 '2018년 8월 21일 천정궁'으로 특정했다.
시계 판매 회사 및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 정원주씨 등을 압수수색해 정씨가 785만원 상당의 까르띠에 시계 1점을 구입했으며, 2019년 7월 전 의원의 지인이 해당 시계의 수리를 맡긴 사실도 확인했다. 다만 압수수색 과정에서 까르띠에 시계 실물은 확보하지 못했다.
합수본 관계자는 "전 의원과 통일교 정선교회장 A 목사가 8월 21일 천정궁을 방문했을 때 시계가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면서도 "수수했다고 단언하긴 어렵고 그러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 의혹이 제기됐던 불가리 시계에 대해서는 "구입 시기와 전 의원 측의 천정궁 방문 시기 등을 따져봤을 때 전달됐을 가능성이 낮은 걸로 보고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제공받은 현금은 수수 여부와 액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전 의원에게 시계와 함께 현금이 제공됐다고 진술했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합수본 조사에서 전달된 금품의 내용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합수본은 윤 전 본부장 진술 외에 금액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합수본은 전 의원과 A 목사가 천정궁을 방문한 이후 통일교 측에서 A 목사에게 3천만원을 송금한 내역은 확인했지만, 그 돈이 전 의원에게 흘러간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시계를 포함해 통일교에서 제공한 금품이 3천만원 이상이라고 확정하기 어려운 점을 근거로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뇌물죄의 경우 뇌물 산정 가액이 3천만원 미만이면 공소시효 7년이 적용된다.
합수본이 시계가 제공된 것으로 의심하는 2018년 8월 21일을 기준으로 윤 전 본부장이 김건희 특검에서 전 의원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지난해 8월 말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 가능한 시점이 지난 셈이다.
자서전 구매 의혹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앞서 합수본이 확보한 통일교 내부 문건에는 '전 의원 미팅'이라는 문구와 함께 '유니버설 재단 및 선화예술중고 이전 개발' 등이 적혀있었다.
합수본은 수사 결과 통일교에서 2019년 10월께 전 의원의 자서전 500권을 1천만원에 구입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그 무렵 통일교에서 전 의원을 만나거나 구체적인 청탁을 했다고 볼 사정이 없고, 통일교가 정가(2만원)를 주고 책을 실제 구입했으며, 전 의원이 통일교에서 책을 구입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는 점 등에 비춰 혐의가 소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 의원과 함께 금품 수수 의혹을 받았던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합수본은 임 전 의원이 2016∼2023년 각종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는 등 통일교 측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전 의원 또한 2018∼2021년 통일교 및 산하 단체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석하고, 2020년 2월 8일 경기도 가평의 천원단지를 방문하는 등 통일교 측과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실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들 역시도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에 금품 수수 의혹을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없고, 구체적인 금품 수수 액수 및 제공 경위 등이 불분명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 등 역시 공소권 없음·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다만 증거 인멸 의혹을 받는 전 의원의 보좌진 4명에 대해서는 혐의가 확인됐다고 보고 불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전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경찰 압수수색이 예상되자 부산 지역구 사무실 내 PC를 초기화한 혐의를 받는다.
합수본은 다만 전 의원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 측은 이와 관련해 "직원이 개인 파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국회 사무실에서 인지한 즉시 자료 복구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경찰이 전 의원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하기 전 의원실 내부에서 문서 파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합수본은 "이번 사건 외에 통일교의 단체 자금을 이용한 정치인 불법 후원 사건, 신천지의 특정 정당 가입 강요 및 조세 포탈, 업무상횡령 등 특정 종교단체에 대해 제기된 정교유착 등 의혹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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