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참 멋있어 보이는 여자를 알았었다. 미술을 전공한 이였는데 여건이 안되어 시를 쓰고 있었다. 그녀는 늘 물감 살 돈이 없는 것을, 그림 그릴 장소가 없는 것을 슬퍼 했다. 그의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왜 어떤 이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욕망을 타고나야 했을까 안타까웠다. 문학을 웃읍게 보는 건 결코 아니지만 모든 예술 행위중 가장 밑천 안드는 게 문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궁극에는 독자와의 교감을 필요로 하기에 출판을 해야 하고 글을 발표할 지면을 필요로 하기는 하나 일단은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아무데서고 혼자 앉아 께작께작 써내려갈 수 있다.
춤이나 노래도 일단은 혼자 (연습) 할수 있다. 그러나 관객이 절실히 더 필요하고 거기에 무대며 의상, 조명등이 필요하다. 더 황당한것은 연기인것 같다. 배우가 되려 해서 혼자 비 맞은 중 모양으로 중얼중얼 연습은 할수 있다고 치자. 근데 어느 감독이라는 이가 나를 써주겠다고 해야 연기라는 걸 할수 있는 거 아닐까?
물론 연기를 하는데는 딱히 이렇다 하는 밑천이 필요 한 건 아니지만 일단은 얼굴도 몸매도 받춰줘야 하고, 또 쨍 하니 해가 뜰 그 날이 오기 까지는 일단은 먹고 살면서 오디션이라는 걸 숱하게 쫒아 다녀야 한다. 배우 지망도 암담하지만 영화 감독은 더 암담할 것 같다. 내 머리속에는 이러 이러 한 영화를 신나게 그려볼수 있는데 누가 돈을 대줘야 시작을 할게 아닌가?
그리고 이러저러 여차저차 하다 영화 한편을 만들어 냈다 하더래도 관객의 평가를 받아야 살아난다. 휴우우. 멀고도 험한 예술의 길이다. 미술도 만만치 않다. 혼자 부엌 식탁에서 꾸무럭 꾸무럭 그릴 수는 있지만 시작부터 문학보다는 밑천이 더 든다. 물감이며 캔버스 등. 또 그림의 스케일이 따라 필요의 차이는 엄청나다.
크리스토 처럼 뽕삐두 다리를 둘둘 감을려면...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우선 아이디어를 스케치 하고 빠리 시장을 찾아가야 하나? 돈 많은 친구들에게 구걸을 해야 하나? 유명해 진 후엔 자연적으로 해결될지도 모르지만 맨 처음 무명의 행위작가라고 나서서 뽕삐두 다리를 헝겁으로 둘둘 감겠다고 나서면 집에 가서 찬물 먹고 한숨 자라고 하지 않을까?
백남준의 작품들을 볼 때도 같은 의구가 난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모니터를 구했을까? 그리고 처음부터 그 작품들이 중요 뮤지움에 떠억하니 자리 잡을 줄을 몰랐다면 어디다 그걸 간수하려 했을까? 아니 그렇게 원대한 꿈은 감히 꾸지도 않는다처도 조촐한 전시회 하나 여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 한국에선 돈만 내면 빌려주는 대여 화랑이 널려 있다지만 미국에서 갤러리라 이름붙은 화랑은 어디서나 제 입맛에 맞는 화가를 발굴해 전시회를 열지 대여해서 하는 곳이 없다.
아쉬운 이들이 몇몇 모여 코압으로 운영하기는 하지만 맥빠지는 노릇이다. 가끔 한국에서 잘 나가는 화가라며 미국에서 전시할 곳을 연결시켜 줄수 없냐는 부탁을 듣게 되면 난감해진다. 나도 못하는 판에 무슨 수로? 갤러리를 운영한다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자금도 문제고 대단한 안목도 있어야 하며 비지네스 마인드도 있어야 한다. 한국의 재벌들 자녀들은 예술성과 사업수단을 타고나는지 전부 갤러리를 운영한다. 대단하다. 지난 오페라 시즌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매직 플루트 공연이 있었는데 못 보고 아쉬워서 한동안 허구헌날 유투브에 들어가서 거의 모든 버젼의 매직플루트를 봤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무대 장치와 의상은 정말 흥미로웠다. 바로크 풍의 고전에서 아동극 같은 무대, 아무 디테일없이 네모 반듯한 무대만 놓고 실험극처럼 보이는 버젼. 유명한 팝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가 디자인한 무대. 의상 역시 고풍스러운 드레스에서 펌프스를 신고 타이트 스커트를 입은 현대 의상까지.
삐에로의 모습을 연상 시키는 장란스러운 의상에서 평범한 일상복까지. 아! 이 모든 것들을 내 맘 내키는 대로 창작하고 발표할수 있는 예술가들은 얼마나 축복 받은 인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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