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지니아 미술관 Virginia Museum of Fine Arts

버지니아 박물관의 전경. Rodin, The Thinker, 1903, plaster, Garment Box with Phoenix Design, 1840-50. Korean, Joseon dynasty, Wassily Kandinsky Composition 1922, Artemisia Gentileschi, Venus and Cupid, CA 1625-30(시계반대방향)
버지니아 리치몬드에 소재한 버지니아 주립 미술관은 아름다운 건물과 수준급의 소장품으로 인하여 워싱턴 DC의 국립 미술관들과 겨루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특히 뛰어난 기획력으로 피카소, 마티스, 마네, 반 고흐와 같은 잘 알려진 거장의 전시는 물론이요, 쥬빙, 제이콥 로렌스등 신예 다양한 인종의 전시까지 다양하게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버지니아 한인들이 밀집한 애난데일 지역에서 2시간 남짓 남단에 위치하였으므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나들이할 만한 거리이다. 게다가 지금은 유명한 로댕 특별전을 하고 있는데, 약 2주 후인 3월 13일 막을 내리니 서둘러 방문할 것을 권한다.
로댕이 버지니아에 왔다고?
대공황기에 예술의 가치를 믿은 사람들
리치몬드 버지니아 미술관이 생겨난 배경을 알면 일부 선각자적인 미국인에 대한 경탄을 금할 수 없다. 1936년에 이 미술관이 탄생한 시기는 소위 ‘대공황’이라고 불리는 미국이 가장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이었다. 누가 빵 걱정을 하면서 예술품을 사들이고 감상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버지니아의 정치 경제의 리더들은 예술에 대한 가치를 믿었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30년대 돈벌이가 전무하던 예술가를 위해 국가가 주도했던 미술가 지원 프로그램과 같은 맥락이다. 어떤 이유로든 정말 힘들 때, 그 곳을 빠져 나오기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일 때, 예술은 한줄기 빛과도 같이 위로와 희망을 주었다.
뮤지엄 계획의 시작은 1919년 죤 페이연이라는 판사가 자신의 50여점의 뛰어난 소장품을 기증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선각자는 곧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죤은 10만불의 그랜트를 만들자고 버지니아 주에 제안하였다. 당시 버지니아 주지사였던 죤 폴라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서 펀드 레이징에 힘썼을 뿐 아니라, 주 수입을 미술관 운영에 도입하고자 하였다. 마침내 1934년 일부 연방 정부의 도움을 힘입어 미술관은 탄생되었다.
진보적 신념 보여준 아름다운 미술관
최근에 코리아 파운데이션의 노력과 후원으로 리치몬드 버지니아 미술관내에 ‘코리안 갤러리’가 생긴 것은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나 아직 한국 미술 전문 큐레이터가 있다거나, 이렇다 할 한국 관련 전시는 이루어지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특히 아름다운 미술관 건물은 2010년에 새로 증축한 제임스 W와 프란시스 맥글로링 윙으로 인하여 절정을 이루었다. 릭 매이더가 디자인한 이 부분은 현대미술에 대한 미술관의 진보적 신념을 보여주고 있다.
‘진보적 신념’ 돋보이는 미 20대 박물관중 하나
내달 13일까지 로댕작품 200여점 특별전
거장들 작품 소장$코리안 갤러리도 갖춰
기존의 르네상스와 신고전주의 스타일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이 현대 건물은 신구를 하나로 어우르고 있는 미술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고, 조각 공원이나 파킹 덱 등의 디자인과 더불어 실내와 실외의 조화까지 배려하였다.
증축 이후로는 입장료도 없고- 특별전만 입장료가 있다- 전 미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365일 문을 닫지 않고 할러데이 특별 음식까지 준비하는 미술관이다. USA Today가 집계한 미국의 20대 안에 드는 미술관이니 가볼만 하다.
유럽과 미국의 거장들 작품 볼 수 있어
그렇다면 어떤 작품들을 볼 수 있을까? 초기의 인기 컬렉션 중의 하나는 릴리안 프랫이 도네이션한 1947 소장품으로 유명한 고급 장식품과 시계 등을 생산한 파브리제(Faberge)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그 이후 연달아 현대 미술, 유럽미술 등의 도네이션으로 첫 번째 증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계속된 도네이션과 구입으로 인해 지금은 훌륭한 영구 소장품을 간직하고 있다. 그 범위는 다양한데, 고대 고전주의와 아프리카 미술품; 고야, 들라크로와, 마네와 같은 유럽 거장들; 사르젼트와 호머와 같은 미국 거장들; 인디안과 히말라야 미술품; 영국 은제품; 아르 누보와 아르 데코 가구, 세라믹, 유리와 보석류; 근대와 현대 미술들; 프랑스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작가들 작품; 특히 드가의 오리지날 왁스로 된 조각과 브론즈 버젼의 조각들은 내셔널 갤러리 드가 컬렉션을 능가한다.
파리 로댕미술관과 공동특별전
현재 전시하고 있는 특별전 로댕은 파리의 로댕 미술관과 몬트리올 뮤지엄이 공동 기획한 것이다. 로댕이 19세기말과 20세기 초에 걸쳐서 창작한 200여점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전시는 로댕의 테크닉, 재료, 모델들과 제자들, 그리고 배경과 이야기를 잘 알 수 있게 기획되었다. 플라스터에서부터, 브론즈, 대리석, 세라믹, 그리고 한 번도 전시된 적이 없는 로댕 관련 사진들까지 전시되고 있다.
조각을 잘 모르는 문외한도 미켈란젤로와 로댕과 그의 ‘생각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로댕은 전통 르네상스가 지배해 온 400년간의 전통을 깨고 살아 숨 쉬는 작가의 혼을 담은, 표현적이면서도 조각재료의 물질적 특성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모던 조각의 시조로 꼽힌다.
그 외에도 안젤리나 카프만이나 아르테미시아 겐틸레치등 최초로 여성 작가로 주목받은 이들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여성 주의 미술사학자들의 첫 번째 작업은 남성 지배적인 사회에서 매스터 선생님의 조수로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역사에 제대로 기록이 안 된 여류작가들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20세기 페미니스트들은 이 두 여류 거장을 찾아내었는데, 편견 없이 바라보아도 겐틸레치는 그녀의 스승인 바로크 미술의 거장 카라밧지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이 미술관이 지닌 보물과 백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컬렉션에 한국 작품도
최근에 동아시아 컬렉션에 한국의 고려와 조선시대 작품이 소장품으로 들어오게 되었지만 동아시아 큐레이터가 중국인이고 전문가와 관심의 부족으로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 중국과 일본 미술의 문화와 작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우리 한국의 문화가 뒤떨어져서가 아니라, 한국 정부와 뜻있고 능력 있는 지도자들의 인식과 노력 부족 때문이다.
한국 미술사 전공은 아니지만, 미술사학자로서 큐레이터로서 필자도 이 부분에 깊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 현 미술관 시리즈의 시작에서 언급했듯이, 미술관은 정치적인 목적에서 시작되었고, 인류의 가장 정치적이고 포괄적인 사회 활동이기 때문에, 한국의 국력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이 한국의 도자기, 서예, 족자, 민화, 춤, 음악, 패션, 놀이문화, 음식 등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독자들의 미술관- 특히 한국관- 방문 거기에서 시작된다.
All Image Right reserved @ VMFA
The Virginia Museum of Fine Arts
●개장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목, 금은 오후 9시까지)
●주소: 200 N. Boulevard Richmond, VA 23220
●전화 (804)340-1400
이정실 미술사가 큐레이터 WUV 교수
●artrio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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