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있는데 낮에 전화가 왔다. 놀이방이었다. 일하는 엄마들은 가슴 철렁하는 이 기분을 이해할 것이다. 회사에서 받는 가장 두려운 전화. 놀이방에서 낮에 오는 전화는 반가울 리가 없다. 주로 열이 나거나, 토했거나, 설사를 했거나, 아님 누구한테 맞았거나, 물렸거나, 넘어져 다쳤거나. 다친 것 이외에 가장 무서운 것은 물론 열이다. 100.4도 이상의 열이 나면 바로 픽업해야 하고, 열이 내린 24시간 후에 돌아올 수 있다. 토는 하루에 두 번, 설사는 세 번이 한계이기에 한번 전화로 그리 많이 놀라지는 않는다. 이 정도 되니 놀이방 선생님들이 전화를 하면 맨처음 하는 말이 “걱정하지마- 위급 상황은 아니야. 아이는 괜찮아”로 시작한다.
이날은 10개월쯤 된 둘째 아이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스무살이 갓 넘었을 미혼 선생님이었다. 간식 시간이 한 시간쯤 남았는데, 젖병을 지금 줘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물어보기 위해 전화한 것이었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나는 아이와 같이 있지도 않는데, 아침부터 같이 있었던 선생님이, 배고프다고 우는 아이에게 젖병을 주냐 마느냐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다니. 너무나 분한 마음에, 선생님이 알아야지 여기서 어찌 내가 알겠느냐고 선생님한테 감히 한마디를 한 것이다. 어쨌든 급히 수습을 하고 애가 배고플테니 빨리 주세요- 했더니, 선생님이 지금 당장 주겠다고 하였다.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해서 사과를 하려고 10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젖병을 바로 준다고 했으니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한참 뒤 다른 선생님이 받더니, 그 선생님은 휴식 시간이라고 진작 교실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전화기 너머로 아이가 숨이 넘어가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젖병을 주고 나갔냐고 했더니 안주고 갔다고, 자기는 모르는 일인데, 지금 먹이는 아이 먼저 먹이고 먹이겠다고 했다. 이때가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25분여 지났을 시점이었다.
선생님에게 서운한 마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죄인이 되어 하루를 겨우 마무리지었던 기억이 난다. 놀이방 선생님은 “갑”인데, 어찌 감히 선생님께 섭섭한 말을 해서 아이를 그리 울렸는지 후회가 되어 가슴을 쳤다. 그 이후로는 어떤 상황이 되어도 나를 상기시켰다. 데이케어 선생님은 갑. 나는 을. 여기 바닥은 내 자리, 아주 아주 조금 위에가 내 직장 보스 자리, 저기 한-참 위에가 놀이방 선생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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