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가다 훌훌 털고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떠나고 싶은 이유들은 다양하고도 많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는 입장이나 상황은 아니다. 여러가지 스트레스가 적립 포인트처럼 차곡차곡 쌓인 어느 날, 나는 대리만족식으로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간다. 나만의 산책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산책길이라고 해서 대단한 곳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집 주위에는 초등학교가 있고 공원하고 도서관, 우체국도 가까이 있다. 초등학교를 가로질러서 우체국까지 갔다가 돌아올 때도 있지만 마음속에 쌓인 것들이 많다고 느낄 때의 산책길은 하염없이 길어지기도 한다. 천천히 걸으면서 마음속의 쌓아둔 먼지들은 훌훌 털어 버리고 허리를 굽혀 이쁘고 정갈한 낙엽들을 줍듯이 이리저리 흩어진 생각의 흔적들도 거두어 본다. 그리고 때때로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으로 상상의 그림들을 그려 보듯이 미래의 소망들도 같이 그려 본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시들을 읊을 때도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랭보의 ‘감각’이라는 시는 산책길에서는 그만이다. 원문이 불어라서 여러가지 번역시들이 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감각’은 다음과 같다.
“여름의 파아란 저녁 때면 나는 오솔길을 가리라/ 보리에 찔리고 잔풀을 밟으며/ 나는 몽상가, 그 시원함을 발에서 느끼리/ 바람에 내 맨 머리를 미역 감기리// 나는 말하지 않으리, 아무것도 생각지 않으리라/ 그러나 무한한 사랑이 내 영혼 속에 솟아오르리라/ 그리고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머얼리, 보헤미안처럼/ 자연 속을, 마치 연인과 함께 가듯 행복하게”
잔디밭을 걸으면서 이 시를 읊다 보면 내가 마치 보헤미안이라도 되는 듯 너무 흐믓하고 자유로와진다.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는 잠깐이라도 집 밖으로 나가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누릴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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