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난 15년간 일했던 분야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동물 세포에서 치료용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었다. 치료용 단백질에는 항체, 백신, 호르몬 등 질병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리터당 수 그램 (g)이상의 생산성을 기대한다. 1980년대 중반 처음으로 치료용 단백질이 동물세포에서 생산된 이래, 오늘날 단백질 의약품의 60-70퍼센트가 동물세포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그 생산성은 1980년대 이래 수십-백배 증가하였다.
재작년 서 아프리카 전역에 퍼져 온 세계를 공포로 이끌었던 에볼라 바이러스를 기억한다. 나는 본래 걱정이 많아 미리미리 대비를 하는 사람이다. 이 무렵 생수와 쌀, 응급시 필요한 음식을 열심히 쟁여두었다. 회사에서 주변 많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행동을 보인 것을 보면 이것은 왠지 직업병에 가까운 것 같다.
어느 날 부서 회의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우리 회사에서 “프로보노 (pro bono, 공익을 위하여 전문가들이 대가 없이 서비스를 제공함)”로 만들 가능성에 대해 의논을 하였다. 그 이유인 즉슨, 현재 가장 효과적으로 보이는 치료제는 세 가지 항체를 섞은 것인데, 담뱃잎을 이용해 생산을 하기 때문에 그 생산성이 현저하게 낮고, 임상실험을 하기 위해 필요한 양을 생산하기에 기간이 터무니없이 길기 때문에 대체 세포주가 필요한 것이었다. 이를 인지한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생명의학고등연구개발원(BARDA)에서 몇몇 큰 제약회사들에 치료용 항체를 대량으로 신속히 생산하라고 연락을 한 것이었다.
나는 한참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있었음에도, 꼭 이 일을 맡고 싶었다. 그래서 보스에게 말했더니, 자기가 벌써 회의가 끝나자 마자 우리 그룹이 맡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크리스마스 전후로 바쁘긴 했지만, 내 아이가 학교에 가서 우리 엄마가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약을 만든다고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고 들었다.
가끔씩 회사에서 만든 약으로 치료해 나은 환자들이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있었다. 병이 완치된 여덟 살짜리 남자아이가 온 적도 있었고, 삼십대 엄마가 온 적도 있었다. 그 환자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고마워했고, 우리는 그 환자들의 이야기에 큰 동기 부여가 되었다. 누군가 농담처럼, 술이나 담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병을 고치는 약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니 얼마나 보람되냐 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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