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9일. 취업한지 딱 1년이 되는 날 나는 실직했다. 한국 청년실업률이 9.4%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이때 실직 소식은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예고없이 통보를 받게 된 내게는, 내 삶을 구성하고 있던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시점이다.
그동안 회사에서 힘들었던 것은 말해 뭐 하랴. 대부분의 새내기들이 이보다 더 불합리적인 사건에도 꿋꿋이 버티는 것은 어느새 당연한 통과의례로 여겨지는 이 시기에 말이다. 비자 신청을 한 달 앞둔 상황에 이런 일이 벌어진 터라 참 답답하고 회사가 원망스럽지만, 꼬리를 무는 생각의 끝에서 결국 나는 완벽한 합죽이가 되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눈물도 사치인 것 같다. 얼른 털고 일어나 나는 다시 미국에 합법적으로 있을 방법을 찾기 위해 변호사들에게 전화를 돌린다. 최대한 빠르게 이력서도 수정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한다. 몇몇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해보니 너무나 고맙게도 자기 일처럼 열심히 도와준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다들 그동안 뒤에서 마음고생 많았구나 싶다.
정말 신기한 것은, 내가 회사와의 관계가 끝난 그날부터 새로운 사람들과의 인연이 시작됬고 오래도록 연락이 없던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온다는 사실이다. 내게 필요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주어서 나는 실직에 대한 슬픔을 느끼는 만큼 이 모든 우연함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짧은 며칠이지만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큼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 퇴근길, 나는 만약 오늘 실직이 아니라 수백억을 주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맞바꾸고 싶지 않은 한 가지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가족이었다. 실직한 사실을 알리자 밤낮 연락해서 내 상태 확인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니, 나는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행여나 이런 상황이 왔을 때 내가 재정이 어려워 생활이 불편할까, 자신감을 잃을까, 다음 직업을 섣불리 결정할까 걱정되어 참 부지런히도 대비해두셨다. 그들의 마음 덕분에 나는 지금 그 여느 때보다 풍요롭고 행복하다.
말랑말랑한 사고를 가진 푸르른 청춘, 그것보다 더 좋은 재산은 없다고 믿는다.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든, 나의 생각은 옳다. – 핸리 포드. 아울러 이 글을 읽으실 분들에게도 용기 있게 도움의 손길을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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