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우연히 한국 국회방송에서 하는 필리버스터를 보게 되었다. 너무 흥미진진하여 밤잠까지 설쳐 가면서 시청하였는데, 의외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테러 방지법’이란 법안이나 필리버스터에 그리 관심이 없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나 자기와 연관된 많은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인데, 너무 관심이 없는 것에 오히려 혼란스럽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였다. 사실 영주권자들이나 시민권자들도 많으니까 한국의 정치에 큰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필리버스터를 같이 보자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주위 사람들의 무관심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는데, 그 영감은 벌써 몇 백년 전에 유명한 화가가 그림으로 훌륭히 표현을 하고 있었다.
네델란드의 화가 브뤼겔이 그린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이란 명화인데, 여기서 이카루스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뛰어난 건축가이며 조각가이자 발명가로도 알려진 다이달로스의 아들이다.
신화의 거의 모든 스토리가 그렇듯이 신의 노여움을 사게 된 다이달로스는 자신이 만들어서 신에게 바친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는 미궁 속에 이카루스와 함께 갇히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러나 다이달로스가 누구인가, 그는 탁월한 발명가이자 장인이다.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이고 이카루스와 함께 하늘로 날아 탈출한다. 그는 아들 이카루스에게 경고를 한다, 너무 높이 날아 태양과 너무 가까워지지 말라고. 철없는 이카루스는 새처럼 나는 것이 신기하여 아버지의 당부도 잊은 채 하늘 높이 날아 올랐고, 날개를 붙인 밀랍이 뜨거운 태양열에 녹아 결국 에게해에 추락하여 죽는다.
지면이 부족하여 이 명화를 여기에 같이 실을 수가 없는 게 참으로 아쉽다. 그림 전체를 보면 아주 평화롭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찌는 봄날에 농부는 소를 앞세워 밭을 갈고 낚시꾼도 그저 고기잡이에 열중하고 있다.
양치기만이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피곤했는지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뿐이다. 정작 이 명화의 주인공인 이카루스는 자세히 찾아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
오른쪽 커다란 범선 앞에 바다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두 개의 다리를 볼 수 있는데, 이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이카루스의 발버둥은 너무나도 비극적이고 슬프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필리버스터를 보면서 박근혜 정부를 생각하니 이 명화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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