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후의 샌프란시스코는 마냥 평화롭습니다. 바람이 쉬는 나무 위로 푸르다만 하늘이 빌딩 사이에 걸려 있습니다. 누군가 담배 연기로 동그랗게 입 그림을 그려 놓고, 놀라 허겁지겁 손으로 휘저은 듯한 구름이 여기저기 숨을 곳을 찾습니다. Great Highway 긴 해변을 따라 가면 Cliff House에서 해송과의 절경을 만납니다. 새파란 바다가 창공을 안은 채 아직 좀 이르다고 게으른 기지개를 켭니다. 햇볕이 타닥타닥 튕겨 나옵니다. 제주 은갈치가 떼지어 건들대는 웨이브에 서서 서핑족이 4분의 3 박자 파도타기를 합니다. 바람도 그들과 왈츠를 합니다. 조금 조금씩 엷어져가는 산등성이에 시선이 멈추면, 그리움도 다시 거기 서 버립니다.
춘삼월에 버선발로 비가 밤을 새워 왔습니다. 그 덕에 재미를 단단히 본 튀지 않던 꽃과 풀이 허세를 부립니다. 눈 아래 들꽃마저 고개를 들고 꾸역거리며 봉우리를 틉니다. 햇볕이 그저 따숩습니다. 하얀 콩만한 새들이 우르르 카펫을 폈다 접었다 놀이를 합니다. 요염한 요트가 점점이 화려한 오션을 만들어 줍니다. 눈이 왕호강을 하여도 하품은 염치없이 오는 길 내내 줄을 댑니다.
아이들이 나간 자취는 어디에도 여유라고는 없습니다. 쪼개고 또 쪼개서 초읽기를 한 흔적이 한눈에 훤합니다. 반듯한 것이라고는 벽에 걸린 것뿐입니다. 누구랑 함께 사는 냄새가 납니다. 오늘도 혼자는 아니고 다만 혼자서 어둠이 올 때까지 있을 뿐입니다. 미처 끝내지 않은 수저가 꽂힌 국 말은 밥은 불어 있습니다. 누군가 일찍 나섰나 봅니다. 밤을 새워 일을 하고 오는 나를 위한 ‘된찌’라고 적힌 메모도 있군요. 된장찌개! 내 뱃속 사정을 헤아릴 줄 아는 이들을 보는 것은, 일주일에 몇 컷이 되지 않습니다. 청진기를 목에 두르고도 감기던 잠이, 환한 대낮에 듬성듬성 제멋대로 오다 가다를 하더니, 어둑해지면 작업을 멈춥니다. 별이 손짓을 하면, 나도 누군가와 같이 정돈된 곳을 몇 군데 흐트려야만 집을 나섭니다. 한때는 나그네가 구름에 달 가듯 강나루를 건넜고, 나는 차를 몰고 구름에 달 가듯 베이 브릿지를 건넙니다. 연분홍 복숭아꽃과 흰 배꽃이 가로등 아래서 대화를 합니다. 달이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며 묻습니다.” 나랑 얘기할래요?”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