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루한 인디언 마을들을 지나 산타페 국립공원 끝 자락 Tent Rock을 오른다. 인디언 텐트 모양, 혹은 버섯 모양의 바위 군상들이 짓 푸른 하늘 아래 우뚝 솟아있다.
슬랏 캐년의 좁은 틈을 걸어 몇 마일을 돌아 나오면서 물과 바람이 만들어낸 형상들에 감탄하며 서 있노라니 스토리텔러인 친구가 묻는다. “너희 eternity가 얼마나 되는 시간인지 알아?” “가늠할 수 없는거 아냐?” 되 묻는다. “ Ok, 내가 얘기 하나 들려주지” 그가 영원의 길이를 설명하겠단다. “깊이와 가로 세로 각각 1마일 되는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산이 있었지. 한 마리 새가 날아와서 그 산의 아주 작은 모서리를 쪼기 시작했지. 매일 매일, 끊임없이 한 마리의 새가 쪼아대던 산이 언젠가는 결국 다 없어져 버리고 말았는데 그 시간이 eternity 안에서는 1초인거야! 단 1초 밖에!”하하하… 실없이 헛 웃음을 내 뱉는다. 우리들 인생의 그 미미함이란…생태계 보존지역 너른 들판 한 가운데를 걷는다.
추수가 끝난 광활한 옥수수 밭을 덮고 있는 수 천, 아니 수 만마리의 잿빛 두루미들의 왁자지껄함이 멀리서도 알아챌 수 있으리만치 수선스럽다. 햇빛은 누런 대평원 위에 눈 부시고 소란스럽게 날개짓 하며 새들이 일제히 날아 오른다. 푸드덕거림이 웅장한 함성이 되어 들판을 울리고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수없는 점들이 된다.
휘익 휘익 저 편에서 이 편으로, 또 다시 저 멀리로 또 가까이로, 수 많은 새들의 화려한 군무에 넋을 잃는다. 땅에 발을 딛지 않은 채로 한번에 300마일을 나른다하니, 아! 나도 저 새들처럼 땅에 발을 딛지 않고 날고싶다. 뉴 멕시코의 거의 모든 땅은 여러 부족의 인디언들이 대대로 터를 이루고 살고있다.
황막한 벌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그들의 빈한한 집들… . 어쩌면 사람들도 처음엔 새들처럼 자유로왔으리라. 새들처럼 사람들도 처음엔 그저 먹이를 찾아 터를 잡았으리라. 먹이를 쌓아놓기 시작하고 터를 좀더 크게 늘리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새들처럼 날지 못하게 되었으리라.
그 쌓아놓은 먹이와 불려놓은 터에 사로잡혀 아무데도 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자유! 그것은 모든 걸 버릴때에야 가능한 것… . 단지 먹는 것을 염려할 것인가. 지상 위의 모든 것은 살아지게 되어있고 또한 죽게 되어있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살면 살 것이고 죽으면 죽을 것이다.
수 많은 집착을 끌고 다니다보니 어느덧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서 있다. 먹을 것, 잠을 청할 곳 이외에 내가 이제 와 추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다만 하나 자유라 말하겠다. 새처럼 날고싶다.
Phoenix로 가기위해 40번에서 프리웨이를 버리고 작은 하이웨이로 들어선다. 아리조나의 끝 없는 대지가 하늘과 사방에 그 끝이 맞닿아있다. 아리조나의 땅을 느끼고 싶었던만큼 작은 길들을 택해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 아리조나의 상징인 키 큰 선인장으로 뒤덮인 산 언덕의 물결에 탄성을 지른다.
여정의 마무리,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을 지나 테하차피 산맥을 넘을 때 비를 품은 안개가 몰려와 삽시간에 산야를 덮는다. 크고 작은 구릉들은 비에 젖고 대지의 싱그러운 기운이 온 사방에 퍼진다. 회색 비가 온 세상을 적시고 지척의 초록 구릉들만 간간이 스쳐간다. 건조하고 황막한 뉴 멕시코에서부터 아리조나를 거쳐 사막을 지난 뒤에 코 끝에 와 닿는 대지의 향기… 축복받은 땅이다.
살아있음에 혼자 감격스러워 눈을 감는다. 새 한마리가 다이아몬드 산을 한번 쪼는 시간보다도 짧을 우리들 인생에 이다지도 벅찬 광경을, 이다지도 광대하고 신비한 저 하늘과 이 땅과, 귀한 친구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내 앞에 지금 이렇게 펼쳐져 있다니… .
수없이 많은 자잘구레한 것들에 집착하고 불평하면서 그 작디 작은 것들을 큰 것인양 여기며 쟁취하려 하지 않는가. 모든게 부질 없는 것… . 다만 살고있음에, 이 어마어마한 광경을 대면하고 있음에 감사할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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