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10월 주가 대폭락과 함께 미 역사상 최악의 경제적 재난인 대공황은 시작됐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전부터 미국 농업은 불황에 시달리고 있었다. 농업 불황의 근본 원인은 트랙터 등을 이용한 대량 생산으로 곡물 수확량이 수요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탓이지만 일부 농민들과 정치인들은 이를 값싼 외국 농산물 때문으로 돌렸다.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경기가 급속히 악화하자 불황을 외국 수입 물건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는 날로 커졌고 이를 막기 위한 정치적 움직임도 가속화 됐다. 1930년 6월 만들어진 스무트 홀리 관세법은 그렇게 제정됐다. 연방 상원의원인 리드 스무트(공, 유타)와 연방 하원의원인 윌리스 홀리(공, 오리건)가 발의해 이런 이름이 붙여진 이 법은 2만 여개 물품에 대한 관세를 지난 100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이 법 통과 후 잠깐 동안은 효과를 보는 듯 했다. 외국 물품 수입 길이 사실상 막히자 미국 물건의 판매와 제조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이어 캐나다를 비롯한 미국 교역국들은 미국 물건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이와 함께 미국 물건의 수출 길도 막혔다. 이 법 시행 후 미국의 수입과 수출은 모두 50% 이상줄었다. 가뜩이나 국내 경기도 안 좋은 판에 수출과 수입과 관련된 모든업종에서 대량 실업이 발생했다.
불황과 호황의 반복은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1930년대 대공황을 다른 불황과 다르게 만든 주 요인의 하나로 스무트 홀리 법의제정과 이로 인해 발생한 무역 전쟁을 꼽는다. 1990년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통과를 앞두고 찬반논쟁이 벌어졌을 때 당시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는 로스 페로를 상대로 토론을 벌이면서 스무트와 홀리 사진을 보여주며 보호 무역주의의 어리석음을 친절히 설명했었다.
그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공화당의 선두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버니 샌더스 모두 자유 무역 이미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남편 빌이 NAFTA 통과에 앞장섰고 작년 타결된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TPP)을 “무역 협정의 골드 스탠다드”라고 추켜세웠던 힐러리는 이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자유 무역을 옹호했다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표가 날아갈 것이 두려워 입장을 바꾸기는 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TPP가 좋다고 했다 이제 와서 반대한다고 하니 기회주의적이란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1930년대의 대공황은 보호 무역주의와 무역 전쟁을 촉발해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히틀러와 무솔리니 같은 대중 선동가를 출현시켰으며 스탈린식 사회주의 찬미자를 양산했다. 후세 사람들은 이런 선대의 어리석음을 비웃었지만 지금 미국 돌아가는 것을 보면 웃고 있을 때만은 아닌 것 같다. 히틀러보다는 무솔리니를 닮은 트럼프가 기세를 떨치고 스탈린은 아니지만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버니 샌더스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있으며 보호 무역주의가 다시 미 정치판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중산층의 삶이 고단하게 된 근본 이유는 기술 혁신과 자동화로 단순 일자리가 사라진데다 중국과 중남미, 동유럽과 인도 등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 때문에 미국 물건들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직후 미국을 제외한 온 세상이 폐허로 변했을 때 미국 노동자들만 편안하고 부유한 삶을 누리던 시대는 갔고 아마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대중 선동가들은이를 설명하기보다 이로 인한 대중의 불안과 분노를 부추겨 자신의 집권욕에 악용하고 있다.
2008년 리먼 파산으로 시작된 대불황이 아직까지 대불황으로 남아있는 것은 그나마 30년대 같은 보호 무역주의와 보복 관세, 무역 전쟁이 세상을 휩쓸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 무역을 규탄하는 사람들은 보호 무역주의자들이 득세한 세상이 진정 어떤 곳인지 머지않아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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