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이 학교에서 8주간의 부모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첫번째 세션에서 우리 가족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Value)를 다섯 개 적어오라고 했다. 덕분에 여러 가지 가치들에 대한 생각을 할 기회가 생겼는데, 곰곰이 생각한 뒤 내가 적은 다섯 가지의 가치는 사랑, 믿음, 정직, 유머, 그리고 근검절약이었다.
나는 서울의 그저 평범한 수준의 가정에서 자랐다. 친정 아버지는 오랫동안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셨고, 어머니는 외벌이 월급 봉투로 빠듯한 살림을 아껴서 우리 삼남매를 키우셨다. 그래서인지 나는 가족의 건강을 책임질 음식 재료는 아끼지 않지만, 값비싼 물건에 도무지 관심이 없다. 그저 비싼 옷, 신발, 가방 등은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가치이고,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과는 자연히 어울리지 않게 된다. 검소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남편도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다.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디에서도 아이들에게 물건 아끼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놀이방에서는 색색가지의 종이와 테잎을 아이들이 얼마든지 자르고 붙이고 할 수 있게 충분히 비치해 두고, 간식 시간에 남은 과일이며 스낵들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린다. 아이들은 수돗물을 한없이 틀어놓고 비누칠을 하며, 세면대에 물이 다 잠궈지지 않고 흐르고 있어도 다들 모른 채 지나간다. 아이 학교에서 발룬티어를 하면서 엄청난 양의 음식과 플라스틱이 한 데 버려지는 것을 보고, 최소한 분리수거는 해야 하지 않겠냐고 교장 선생님께 말씀 드린 지 벌써 반 년이 지나간다. 그 동안에도 뜯지도 않은 우유 팩이, 겨우 한 입 베어먹은 사과가 마구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겁나는 것은 이렇게 낭비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는 아이들이다.
나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절약을 강조하고, 소신껏 바로잡는다. 지난 몇 년 간 캘리포니아에 물이 그렇게 부족하다는데, 그래서 철새들이 번식을 하지 못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는데, 주변에 설거지를 하면서, 양치질을 하면서 내내 물을 틀어놓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오히려 아끼는 것을 궁상맞고 유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물을 잠그고, 분리수거를 하고, 전기 스위치를 끄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현명한 선택” 이다. 하나뿐인 지구를 오래오래 보존하기 위해서 모두가 각자 자기 몫을 했으면 좋겠다.
<황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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