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주의 이름은 오하이오 강에서 왔다. 오하이오는 이로쿠와 원주민 말로 ‘위대한 강’이란 뜻이다. 이주는 지금 낙후한 산업이 모여 있는중부 ‘러스트 벨트’의 하나지만 한 때는 미국 주들 가운데 미 산업 혁명의대표주자 중 하나였다.
18세기 미 독립 전쟁을 주도한 버지니아가 8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며 기염을 토했다면 19세기와 20세기 초는 오하이오의 시대였다. 남북 전쟁의 영웅율리시즈 그랜트, 러더포드 헤이스, 제임스 가필드, 벤저민 해리슨, 윌리엄 맥킨리, 윌리엄 태프트, 워런 하딩이 모두 오하이오 출신이다.
이 중 벤저민 해리슨은 대통령이되자마자 독감으로 사망한 윌리엄해리슨의 손자로 해리슨 집안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할아버지와 손자가 대통령을 지냈다. 이처럼 많은대통령을 배출한 덕분에 오하이오는 ‘대통령의 어머니’란 별명도 갖고 있다. 이런 타이틀을 가진 주는 미국에서 버지니아 말고는 오하이오가 유일하다.
오하이오는 이렇게 대통령을 많이 탄생시킨 것 말고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주다. 인구 구성과직업, 소득 분포가 미국 평균에 가장 근접해 이곳이 어떤 상태인가를보면 미국 전체가 어떤 상태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정치인뿐 아니라 마케팅 회사들도 어떤 제품이미국인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얻을까 궁금할 때는 이곳을 시험 지역으로 삼는다.
특히 이곳은 공화당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역대 공화당 대통령 가운데 이곳에서 지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없다. 지난 주 열린 오하이오 공화당 대통령 예선에서 미전역에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오하이오 현직 주지사인 존 케이식에게 46% 대 35%라는 표차로 패배했다. 케이식이 이곳에서 인기 있는 주지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세계화로 일자리를 빼앗긴 분노한 저소득층 백인들이 많은 이곳에서 이들의 울분을 대변하는 트럼프를 두 자리 숫자로 눌렀다는 것은 가벼이 볼 일도 아니다.
이곳에서의 트럼프 패배가 중요한것은 승자 독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규정 때문에 오하이오의 66명 대의원이 케이식에게 넘어가 7월 이곳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 대회까지 트럼프가 과반수를 얻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과반수를 얻으려면 앞으로 남은 모든 예선에서 55% 이상 득표해야 하는데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봐야 한다.
이 사실을 깨달은 트럼프는 자신이 과반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후보 지명을 따내지 못한다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나섰다. 트럼프도 불안하기는 불안한 모양이다.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특정 후보 지지 대의원 중 상당수는 2차 투표에서 그를 지지할 의무가 없다. 이렇게 속박에서 풀린 대의원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해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면 그 사람이 후보가 된다. 이는폭동을 일으킬 일이 아니다. 정한 룰에 따라 대선 후보가 정해진 것이기때문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훌륭한 대통령이 되고 2차, 3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형편없는 대통령이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링컨은 1차 투표에서는 패했지만 2차, 3차에서 계속 따라잡으며 과반수를 획득해 대선 후보와 대통령이 됐다.
역시 위대한 대통령으로 인정받는 토마스 제퍼슨은 대선에서 선거인단수가 경쟁자와 같은 바람에 대통령선거가 연방 하원으로 넘어가 36번의 투표를 거쳐 대통령이 됐으나 미국 영토를 2배로 늘린 ‘루이지애나 구매’같은 획기적 업적을 남겼다.
물론 과반수를 얻지 못한 트럼프가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오하이오에서 이겼더라면 후보 지명이 기정 사실화됐을 것이다. 그 점에서만 봐도 오하이오 주민과 케이식의 공은 크다.
미국을 망신시킬 것이 확실한 그가 후보가 되지 못하도록 힘을 모으는것은 다른 미국인과 대의원들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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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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