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항공권을 구입하고, 매일 짐을 싼다. 친지에게 무엇 하나라도 더 안기기 위해 오버타임도 하고, 쉬는 날 추가로 일을 하며 가방을 채운다. 풍선 바람 빠지듯 볼 적마다 쭈그러드는 어머니는 얼마나 더 말라 있을지 두려움이 앞선다. 그리운 얼굴들과 반가워 할 친구 생각에 연일 들떠 있다. 이젠 더욱 좋은 것이 많아 사갈 것이 없는 한국이지만, 쥐어주는 맛을 누리고 싶다.
처음 한국 갔을 때, 나를 보고 놀라던 노모는 속바지 안춤에 주머니를 차고 모아둔 쌈지 돈을 내어주며, 날이 밝으면 미장원부터 다녀오라고 하셨다. “미국서 살면 좋은 옷 입고, 잘 먹고, 편히 사는 줄 알았더니 꼬라지가 그게 뭐냐, 남 부끄럽다”고 계속 혀를 차셨다. 지붕 개량이 첫째로 할 일이다. 머리를 볶아야겠다. 하지만, 단지 삶에 지쳐 있기 때문이 아니고, 좀더 성숙한 사회에서는 외모에 비중을 두기보다,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설명을 하여 볼 것이다.
유행 트렌드의 흡수력이 빠르고 쉽게 확산되는 지하철 여성패션은 그 세련미에 기가 죽고 사람들은 날 자꾸 쳐다본다. 멋쟁이 지인들은 촌스러워 보이는 내가 부담스러운지 자주 외모에 관해 언급을 하였다. 난 예쁠 필요가 많지 않아서인지, 지성미와 건강미도 오랜 시간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이라고 스스로 위안해 본다. 자유분방한 미국에서도 면접시의 의상이나 화장 등은 보수적인 면을 강조하며, 시대가 지나도 상류사회의 드레스 코드는 바뀌지 않는다고 껄끄러운 합리화도 하여 본다. 마치, 여우가 ‘포도가 시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는 우화와 같이.
작년 같은 실수는 방지해야겠다.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사람들에 밀려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미국 갈 준비를 할 때였다. 미역이 마침 세일이고 좋아보여 포장을 부탁했다. 이미 몇 겹으로 꺾어 놓은 미역은 한개 값이 25만원. 2만 5천원이 아니었다. 난 기겁을 하였다. 엠플, 비비, 쿠션이니 하는 신종 화장품은 이름도 모르는 새로운 것들이었다. 사용할 줄도 몰라 어리둥절했다. 시골 쥐와 서울 쥐 꼴이 되었다. 난 미국 사는 시골 쥐가 되어 서울 나들이를 다시 준비한다. 또 다른 문화차이를 겪을 것이다. 허나,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김치가 없으면 개운하지 않으니, 유전자에 새겨진 조국이 한국인 것만은 틀림없다.
<양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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