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처음 ‘계륵’이란 말을 접했을 때 나는 그 신선한 비유법에 무릎을 쳤었다. 삼국지를 읽은 사람은 계륵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 것이다. 위나라의 조조가 촉나라의 유비와 한중 땅을 놓고 싸우면서 진퇴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했던 말인데, ‘닭의 갈비는 먹을 것은 없으나 그래도 버리기는 아깝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 계륵적인 상황에 놓여 갈등에 빠질 때가 있다. 뭔가 매력적인 목표나 기회가 눈앞에 보이나 그에 못지 않게 상반되는 불쾌하거나 위험한 요소가 동시에 있을 때 느끼는 갈등인데, 매력 포인트가 커질수록 불쾌한 요소들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커지는 상황이다.
살다 보면 갈등도 여러가지 갈등들이 있고 그것들에 대처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보통 무한 늦추기식으로 결정을 미룬다. 예를 들자면, 몸이 어딘가 아픈데도 병원가길 싫어하고 진짜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약을 먹든지 병원을 가는 식이다.
어떤 사람은 갈등 자체를 회피하기 위해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데 나 같은 경우는 결정을 못 내리다가 불쾌한 정도가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면 그때서야 선택을 하는 식이다. 좋게 말하면 신중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무한 갈등을 겪는다고나 할까.
사실 빠른 결정을 내린 후 결과가 좋다면 다행이지만 만약에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어떤 사람은 자기가 선택한 해결책을 합리화하거나 비호의적인 결과를 최소화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또한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방법으로 갈등을 줄이기도 하고, 사소한 문제에 초점을 둠으로써 더 큰 문제와 직면하는 걸 꺼리는 것도 있다. 그렇다고 나의 무한 결정 늦추기식의 갈등 해소법도 딱히 그렇게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자기 마음을 지키는 것은 큰 성을 빼앗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다”라는 성경 구절이 있는데 늘 갈등하고 겁내고 약해지는 나의 마음을 추스르고 조절하는데 꼭 필요한 구절 같다. 무엇보다 계륵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 지혜로운 갈등을 할 수 있도록, 아니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나의 마음을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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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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