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미국팝송을 좋아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그때만 해도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많지 않았고, 요즘처럼 골라서 들을 만큼 풍족하지 않았다. 어쩜 생각없이 서양것만 좋아한 내탓도 있다.
클래식 역시 모차르트 음악만 모조리 좋아했다. 이유는 없다. 그냥 들으니 마음에 와닿기 때문이다. 언젠가 마음먹고 샌프란시스코 모차르트 콘서트에 간 적이 있다. 몬트레이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가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늦은 밤 시간에…
어쨌든 내 기억에 꽤 비싼 콘서트였다. 나름대로 최대한 신경써서 옷을 입고 거의 2시간 장거리 운전을 해서 샌프란시스코 시청 근처에 있는 극장에 갔다. 그런데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동양인은 거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로비에 서있는 노부부들의 여유스럽고 넉넉한 모습을 보고 잠시 가슴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영화에서나 대면할 놀라운 광경이었다. 적어도 나에겐 충격 그 이상이었다. 남성들은 턱시도나 정장을 입었고, 여성들은 정장이나 기품있는 드레스로 멋을 냈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둘이면서 하나인 듯한 영혼의 결합체, 반평생 넘게 함께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닮은 얼굴, 마치 사이좋은 남매모습처럼 다정한 그들의 모습에서 서로 맞춰가면서 살아온 세월이 엿보였다. 난 그 콘서트 내내 모차르트 음악보다는 하얀머리들의 뒷모습에 더 빠져들었는지 모른다.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리고 또 한번, 한국에서 온 친척을 모시고 빅서 하이랜드 인에 있는 식당에 갔을 때도 같은 경험을 했다. 캐주얼한 복장의 노부부들은 와인 한잔씩 테이블 앞에 놓고 라이브 피아노음악과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즐겁고 평화로운 한때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모차르트 콘서트 갔을 때 느낀 부러움의 감정이 또다시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나도 저렇게 노후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서로 의지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반려자가 있다는 건 축복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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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케이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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