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을 맞이하여 오랜만에 아이들과 특별한 계획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부터 지독히 부는 바람 때문에 우리 식구들은 너무 위축되고 말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로 하였다.
한류 매니아인8학년 딸내미는 한국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나를 졸라 영화관에 가곤했는데, 지난번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신 이용수 할머니를 성당에서 만나 뵙고 나더니 “귀향”을 꼭 봐야겠다고 하며 개봉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다가 드디어 일요일 저녁에 온 집안식구가 영화관에 가게 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미리보기를 하였지만, 실제 내용은 그 이상이었다.
영화관은 한인들이 많이 밀집되어 살고 있는 쿠퍼티노 지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식구를 포함하여 13명 남짓하였으며, 타민족이 내포된 것으로 보면 정말 호응도가 저조함에 가슴이 훵할 뿐만 아니라 우리 한민족의 보편의식이 좀 더 향상되어야 할 것 같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20여넌 전, 한국에서 정신대 대책협의회가 결성되면서 위안부문제를 개인적인 수치로 감출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 더 나아가 역사적이고 국제적인 인권 문제로 대두될 때, 우리 어머니가 바로 그 세대였고, 또 나 스스로가 남성중심적인 성의 역사 속에 여성으로서 바로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간접적인 성폭력의 피해의식으로 오랫동안 힘들어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귀향”은 또 한 세대를 내려가 ‘14살 소녀 정민”이라는 주인공이 ‘14살이 되는 내 딸’과 동일시되면서 영화 속에서 울먹이는 주인공 정민이의 부모 역을 하는 배우보다도 더 가슴이 찢어지고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아픔과 한이 온몸 전체에 스며들어 일종의 ‘트라우마’로 각인되었다.
일반적인 영화를 보듯 눈으로 관람하였다기 보다는 온몸과 영혼이 몰입되어 과거와 현재의 시대를 오가며 주인공과 하나되었던 시간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위안부문제에 대해 아무리 수백번 설명을 하여도 충분한 이해를 시킬 수 없었던 차에, 영화 “귀향”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듯 시청각매체로서 우리의 2세들에게 꼭 보여주어 일본의 파렴치하고 몰인간적인 만행이 역사적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인식시키는데 최선이라 생각되어 감히 베이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동포들께 관람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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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베로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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