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비’는 미 중산층을 상대로 한 레스토랑 체인이다. 음식 메뉴나 맛은 다른 동종 레스토랑과 별 차이가 없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웨이트리스 수가 훨씬 적다는 점이다. 그대신 테이블마다 손님이 직접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태블릿이 설치 돼있다.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꾹꾹 누르면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다 주고 나갈 때는 카드를 긋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는 약간 어색하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이 얘기 저 얘기 할 필요가없어 편하다.
일본 라멘 체인인 ‘다츠’는 아예 아이패드로 주문을 받는다. 식당에 도착하기 전 주문을 하고 시간에 맞춰 가면 음식이 나와 있다. 모두 과거 웨이터와 웨이트리스가 하던 일을 손님이 직접 하게 함으로써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경영 전략의 일환이다.
앞으로 가주민들은 이런 식당을 점 점 더 많이 보게 될 전망이다.
가주 의회가 지난 주 시간 당 최저임금을 2022년까지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매년 인플레율에 맞춰 자동적으로 올리도록 하고 있다.
노조와 대다수 월급쟁이들은 이 조치를 환영하고 있으나 이번만은 일부 리버럴 진영에서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최저 임금이 시간당 15달러로 오르게 되면 페이롤 택스 등을 포함 기업주가 지게 되는 부담은 직원 당연 4만 달러에 육박한다. 대학도 안나오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모든 단순 노동자에게 이런 월급을 주고이익을 남길 수 있는 비즈니스는 많지 않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이런 임금 인상이 가주경제에 별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유익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 따르면 종업원들의 월급이 오르면 사기가 진작돼 열심히 일하고 직장을 떠나는 일도 없기 때문에 생산성이 향상되고 잦은 이직에 따른 교체 비용도 줄어든다고 한다.
또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직원들의 씀씀이도 늘어나기 때문에 경기부양 효과도 있고 무엇보다 2008년대 불황 이래 줄어든 임금으로 고통받고 있는 대다수 월급쟁이들의 생활안정에 기여할 거란 얘기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상품의 가격이 오를 경우 수요는 줄어든다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학의 원리다. 달걀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달걀을 덜 사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최저 임금 인상 지지자들은 유독 노동 상품만은이 원리에서 예외라고 강변한다. 최저 임금을 올려도 노동 수요는 줄지않는다고 우기는 것이다.
아메리컨 액션 포럼에 따르면 시간당 임금이 15달러로 오를 경우 가주에서 7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사라질 일자리의 대부분은 저학력 단순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있다.
끝없이 늘어날 인건비 부담에 직면한 고용주가 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직원 수를 줄이거나 물건 값을 올리거나 아니면 자동화를 서두르는것이다. 임금은 법으로 규제할 수 있지만 음식 값이 비싸 오지 않는 손님을 강제로 끌고 올 수는 없다. 임금이 오르는 대로 매년 음식 값을 올리다 보면 언젠가는 이에 부담을 느낀 손님이 발길을 끊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업주들이 자동화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서 본 바와 같이 인공 지능의 능력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캐시어 같은 단순 노동직은 물론 의사 같은 전문직도 컴퓨터나 로봇이 대신할 날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때 최저 임금을 대폭 올리는 것은 울고싶은 아이 뺨을 때리는 것과 같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이 있다. 이번 대대적 최저 임금 인상만큼 이에 들어맞는 케이스도 드물다. 이번 인상은 단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한인 등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의 고통을 심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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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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