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내 혀끝에서 날 놓지 않는다. 식탁에 훌륭한 양식이 차려져 있어도, 상차림에 어울리지 않게 김치를 내놓는 나를 못마땅하게 바라볼 때 하는 말이 “난 김치녀잖아”였다. 그러나 이 말의 뜻을 알고는 참으로 무안해졌다. 김치녀란 한국 여성 중에서 몰상식하고 이기적인 행태를 부리는 개념이 없는 유형을 일컫는 비판성, 비하성 신조어였다.
유튜브에는 된장녀들이 등장한다. 한복에 낭자하고 라면을 먹으면서 곁에는 누구나 아는 명품가방과 밥보다 비싼 브랜드 커피 컵이 그려진 그림이 인터넷에 도는 된장녀이다. 똥과 된장을 구별 못한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자신은 경제력이 없으면서 명품을 두르고 메고 거는 여성, 재력 괜찮은 남자를 만나는 것이 최고라고 아는 여성을 비웃는 말이다. 고가의 수입화장지를 사 가는 주부를 인터뷰한 내용도 올라와 있다. “스위스 최고로 좋은 고장에서 나온 휴지니까 닦으면 항문이 시원하고, 소화도 잘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휴지는 믿을 수가 없어요.” 소비의 선택이라고 보기에는 좀 우스운 패러디로 보였다.
더 심한 것은 ‘맘 충’이라는 용어이다. 한마디로 무개념 엄마를 의미한다. 벌레처럼 혐오스러운 대상으로 표현한 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아이를 동반하고 무례한 행동을 하며 자각도, 반성도 없는 어머니들'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한다. 어느 매장에서나 서비스를 더 요구하고, 알바나 점주에게는 하대시 대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누적된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부모에 대한 분노가 함축된 용어라고 한다지만 호소하건대, 이 말은 들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짜다는 의미로 간장녀도 있다. 명품보다는 실속을 중요시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지만, 알뜰하다고 착각하며, 공짜를 강요하고, 거지 근성을 보인다는, 이 또한 여성을 폄하한 말이다. 된장, 간장, 김치에 벌레. 한국 여성은 아름답고, 가정적이며, 참을 줄 알고, 자식에게 희생적인 여성으로 유명한 줄 알았다. 한국 어머니들의 억척스러운 교육열로 한국의 부흥을 이끌어 왔다고 자부한다. 반지를 팔고 소를 팔아 자식을 교육시키며, 가혹한 노동과 헌신을 달관하고 나보다는 가족이나 우리가 우선인 누구나 우러러보는 여성인 줄 알았다. 이미지 쇄신이 필요할 것 같다. 내 자식만 알지 말고, 공공 예절과 욕심을 조절하는 여성이 되도록 딸에게 알려주어야겠다.
<양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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