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서비스의 시초이기도 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공유라는 개념이 벌써 시민들의 삶에 깊숙이 안착된 듯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택시나 호텔 같은 기존 사업들은 시름시름 앓다 못해 파산에 이르기도 했다. 여러 부작용이 있지만 물질적인 공유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통’의 수단으로써 그것은 유례 없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나는 공유 서비스를 자주 사용한다. 그것들을 통해 알게 된 수많은 사람 중에 첫 만남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아직 없지만, 그 짧은 만남에서 나는 예상하지 못한 많은 삶의 교훈과 추억거리를 얻었다.
최근 한 스타트업을 도와 투자자 피칭을 하러 가는 길, 기침으로 목이 많이 상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던 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버 드라이버는 금세 내 상태를 알아차리고 말을 걸어왔다. 내 정황을 얘기하니 갑자기 대로변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한참 뒤적거리더니 ‘Honey Loquat Syrup’이 적힌 작은 통 하나를 꺼내 내게 건넸다. 자기 또한 기침 때문에 고생일 때 우연히 발견한 보약이라며 손수 물에 시럽을 타주기까지 한다. 목을 개운하게 해준 그 시럽도 고맙지만, 낯선 이의 상황을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는 그 운전자의 마음이 그 무엇보다 고마운 순간이었다.
며칠 전 최종 면접을 보러 LA에 내려갔을 때 일이다. 취업 비자를 해결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라 마음 졸이고 있던 그날 공항에서 만난 우버 드라이버는 헤이즐 색 눈동자에 매력 있는 악센트를 가진 내 또래 남자였다. 한 시간 남짓 남은 면접에 대한 긴장을 풀고자 시작한 대화에서 우리는 같은 외국인 노동자로서 많은 공통점을 발견했고 서로 공감하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우버 하루 수입이면 한 달 생활이 가능한 불가리아에서 건너온 그는,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부칠 때마다 뿌듯하면서도 그리움에 사무친다고 했다. 이름 외에 아는 것이 없는 나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이지만 막히는 고속도로 위 작은 공간에서 우리는 일분일초가 아까운 듯이 서로를 탐색했고 그것은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어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무사히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친구들과 떠나온 뉴욕 여행에서도 대화가 잘 통하는 프랑스인 에어비앤비 주인을 만났다. 아기자기한 가구들로 정성스레 꾸며놓은 집에서는 집주인의 깔끔한 취향이 느껴졌고, 차분히 나에 대해 질문을 하는 모습에서는 진솔함이 묻어났다. 인사를 나눈 지 채 일분도 안되어 나는 또 무장해제된 채 마음과 귀를 활짝 열었다.
새로운 만남에서 오는 설렘 자체보다, 소통의 과정에서 발견하는 내 현재 삶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아무 편견 없이 순수한 호기심으로써 다가갔을 때 상대는 진심을 보여준다. 서로 진짜 모습을 마주할 때 우리는 공통점을 느낀다. 그렇게 내 시야는 더 넓어지고 내 마음속 열망의 불꽃은 한층 따듯해진다.
학생, 사회인 등 각자의 역할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도전, 그리고 끊임없는 좌절 때문에 자꾸 무너지는 한쪽 어깨를 서로에게 기대고자 하는 우리. 불완전한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 금전적으로, 지식적으로, 정신적으로 내가 가진 것들을 공유해줄 수 있고 더 나아가 영혼을 교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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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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