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선두를 달리며 공화당 후보 지명을 따내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호언장담하던 도널드 트럼프가 요즘 달라졌다. 낙태 여성 처벌 발언, 한국과 일본 핵 무장 허용발언, 경쟁 후보인 테드 크루즈 부인 모욕 등 잇단 실언과 돌출 행동으로 지지도가 추락하며 위스콘신에 이어 지난 주말 콜로라도에서도 참패하자 후보 지명이 어려울 수도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모양이다. 자신의 발언을 뒤집거나 사과하고 전당 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그 분야에 밝은 전문가들을 새로 고용하고있다.
깡통 도널드 트럼프 덕분에 올 공화당 대선 경쟁은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다. 그 바람에 민주당 내 경선은 비교적 조용하고 신사적으로 진행돼왔다. 그러나 이 또한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수퍼 화요일’경선에서 압승하며 대세를 굳힌 것같던 힐러리 클린턴이 최근 열린 8개 주 예선 가운데 7개 주에서 버니샌더스에게 패배하며 승세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최근 힐러리는 월가의 대형 은행 등 금융기관을 해체하겠다는 샌더스에 대해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가 진짜 민주당원인지도 잘 모르겠다”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샌더스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지난 주 힐러리가 수퍼팩을 통해 월가 등이 준 거액의 정치 헌금을 받았고, 대재난으로 밝혀진 이라크 침공안에 찬표를 던졌으며, 북미 자유무역 협정(NAFTA)과 환태평양 파트너십 협정(TPP)과 같은 자유 무역 협약을 지지해 왔다며 “대통령 자격이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힐러리에 대한 비판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발언이다.
이들 둘은 모두 당내 후보 지명을 따내더라도 본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 지지자의 표가 꼭 필요하다. 힐러리가 대선 후보가 될 경우 대학생 등 젊은 층과 무소속 등 샌더스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고 샌더스가 되더라도여성과 흑인 등 소수계가 표를 주지않으면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렇게 상대방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것은 올 19일 열릴 뉴욕 예선에서의 승리가 두 후보 모두에게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여론 조사로는 힐러리가 12% 포인트 정도 앞서 있지만 샌더스가 7연승의 여세를 모아 판을 뒤집거나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다면 힐러리의 후보 지명은 어려워질수도 있다.
힐러리가 승리를 자신하는 것은 힐러리 지지를 약속한 당내 ‘수퍼대의원’ 덕인데 이들은 전당 대회 전까지 얼마든지 마음을 바꿀 수 있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 본선에서는 샌더스가 트럼프나 크루즈 같은 공화당 후보에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거기다 힐러리의 텃밭인 뉴욕에서 마저 샌더스가 선전한다면 이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기때문이다.
20여년 간 퍼스트 레이디와 연방상원의원, 국무장관을 하며 워싱턴과 민주당의 실력자로 군림해온 힐러리가 작디작은 버몬트 주 출신 사회주의자인 샌더스에게 이처럼 고전하고 있는 것은 힐러리가 얼마나 허약한 후보인가를 보여준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월가와 자유무역에 대한 반감, 심화되는 불평등에 대한 분노 등 올 대선에서의 미국인 정서가 힐러리보다는 샌더스에게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힐러리 하면 떠오르는 세 단어가 “부정직하다” ”거짓말쟁이” “믿을 수없다”라는 여론 조사가 말해주듯 신뢰도 면에서도 많이 떨어진다. 샌더스도 여러 가지로 비판받을 점이 있겠지만 사회적 평등에 대한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확신 정치인이라는 사실만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민주당 대선후보로는 힐러리가 유력하다. 지난주 와이오밍에서 샌더스가 이기기는 했지만 거기서 확보한 대의원 수는 7명으로 힐러리와 같다. 이런 식의나눠 먹기가 계속되면 힐러리를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적이 없는 한 공화당은 11월 본선에서힐러리를 만나게 된다고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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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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