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교인생은 만남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가수 노사연이 부른 만남이라는 노래 중에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라는 말이 있다. 이렇듯 만남에는 우연이 있고 필연이 있다. 아기가 갓 태어났을때 그 아기와 엄마는 필연으로 만난다. 그들은 부모와 자식으로 만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진다. 필연적인 만남도 있지만 우연의 만남도 있다. 어제까지 생판 모르고 타인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 오늘 우연히 만나서 필연적인 관계로 발전해 간다. 내 현재의 삶이 그렇다. 이 라스모어라는 동네로 들어와서 지난 수년간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친해지고 이제는 맨날 만나는 짝궁으로 변해갔다.
매일 아침 운동도 같이하고 커피도 함께 마시고, 가끔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데 가서 아침밥도 같이 먹는다. 그중에 어떤 친구들은 교회도 같이 가고, 성경공부며 극장도 같이 가고 쇼핑도 함께 한다. 어떤 날은 점심도 함께 먹고 그야말로 하루에도 몇번씩 만난다.
우리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렇듯 매일처럼 만날 수 있는 친구가 가까이 있다는게 정말 행복이며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실 가까이 사는 자식들도 이렇게 자주 만날 수 없다.
며칠 전에 연세가 많으신 내 팬을 한분 만났다. 고급 식당에 가서 분에 넘치는 대접도 받았다. 알고보니 그분은 미국에서 박사까지 따신 분이 뒤늦게 시조를 배워 시조 시인으로 등극한 분이었다. 나는 이런 분을 만날 때마다 저절로 존경심이 들어 고개가 숙여진다. 지난 60년의 세월을 외국에서 사셨는데 그분의 모국어에 대한 열정과 기억력,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그분의 시집에 고스란히 들어냈다.
그분의 귀향초라는 시의 첫구절에 이런 말이 있다.
“할머님 무릎 밑에 군밤은 다 어디갔나”나는 이 구절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하는 향수를 느꼈다. 따뜻한 고향집 어린시절에 이제는 모두 가버린 어머니며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가슴 밑바닥에서 그리움으로 되새겨지는 순간을 경험했다. 할머니가 무릎 밑에 군밤을 숨겨두고 어린 손자 손녀에게 군밤을 숫가락으로 파서 그 조그만 입에다 넣어주던 그 따스한 추억들을 우리들은 한가지씩 가지고 있다.
시인들의 시는 영감으로 쓰여지지만, 번개처럼 마음 속에 들어온 그 영감을 한순간에 잡아서 이렇듯 고향과 향수와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을 시의 한자락에 모두 표현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나는 오늘 아침 그분의 <불타는 노을 옆에서>를 단숨에 읽고 그분에게 전화를 했다. 시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사실 나는 그동안 시를 쓰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흘려 보냈다. 갑자기 나도 시에 대한 열정이 생기고 영감이 떠올라 곧 시 두편을 썼다.
“하늘은 왜저리 눈부시게 파아란가눈 아프게 가슴 가득 담아보니 화닥닥 놀라는 내나이 팔십고개이 밤 모든 세상사 허망해 눈물이 핑 돈다”즉석으로 쓴 <팔십고개>라는 시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시를 그분의 자극을 받아 다시 쓰게 되었다. 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이런 만남을 우연을 동반한 필연이라 할 수 있을까. 아무튼 나는 나이는 들었어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요즘 고국에서 유행하는 노래도 ‘내 나이가 어때서’라던가 ‘백세인생’ 같은 노래가 뜨는 추세다. 시인은 시인끼리 통한다. 우리들은 아쉬운 전화 통화를 끝내고 곧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그분의 동그란 동안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새로운 만남을 통해서 다시 시를 쓰게 되었다. 앞으로 더 살아가면서 얼마나의 새로운 만남이 이어질 지 알 수 없지만 이래서 인생은 흥미롭고 살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김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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