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롭지 않은 말
▶ 권 혁웅 지음, 마음산책 펴냄
언젠가부터 젊은 친구들이 시시때때로 내뱉기 시작한 ‘헐’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놀랐을 때도 ‘헐’ , 신기한 걸 봤을 때도 ‘헐’ , 허무한 감정을 겪을 때도‘헐’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자는 이 말이 ‘헐겁다’의 준말이아닌가를 가만히 유추한다. ‘헐’이라는 한 마디에는‘네 말을 듣고 나니 내 정신과 육체가 헐거워졌어. 넋도 몸도 다 진이 빠졌다’는 속뜻이담겨 있다고 말이다.
시인인 저자는 책을 통해 일상어 혹은 은어들의 속내를 다룬다. ‘귀요미’ ‘꿀벅지’ ‘나 요즘 살쪘지’ ‘넘사벽’ ‘늙으면 죽어야지’ 등 흔히 쓰이는 77개 말을 골라 표제어로 올리고 그 말이 통용되는 의미와 이면에 품고 있는 속 뜻 등을 정의한다. 주석과 용례도 함께 실었다.
언어를 골라 새로운 울림을 만드는 사람인 시인이 시어(詩語)와는 가장 거리가 먼 일상어연구에 몰두한다는 건 상당히 낯선 작업처럼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문학이 우리 삶의 터전을 떠난다면 과연 어디에 자리를 잡을 수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일상어들을 통한 세상 읽기에 도전했다. 더불어 평범한 일상의 말이 얼마나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고무하는지도일깨워준다. ‘여보세요’라고 말하면 ‘여보세요’라는 같은 말이 약속처럼 돌아오는 것을들으며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일상어는‘외롭지 않은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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