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대 총선이 끝났다. 총선이 있기 불과 사흘 전까지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분열한 ‘야당의 참패’를 점쳤다. 그리고 별로 신뢰하지 않았던 ‘여론조사’라는 것도 그랬다.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총선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을 지경이었다.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하는 일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국가 영토 내에서 일어난 초대형 해난사고와 관련.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 절규하는 유족들을 오히려 힐난하고, 역사학자와 교육자 심지어 학생들까지 반대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해 버리고, 위안부 졸속합의, 국민 감시법인 테러방지법 강행, 남북통일의 교두보인 개성공단의 폐쇄 등의 일들을 태연자약하게 진행시켰다.
이로도 부족해서 국회의원 절대 과반인 180석은 이미 확보한 것으로, 나아가 200석을 만들어서 ‘헌법까지 고쳐버리겠다’는 호언들을 하고 있었으니 조금이라도 조국의 민주주의에 관심이 있으면 선거 치르기 전에 질식해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일들이 자행되는 동안 이를 견제하고 나라의 장래를 바로잡아야 할 야권은 힘을 합해도 부족할 판에 국회의원 공천문제 하나 가지고 단합은커녕 물고 헐뜯느라 국가가 처한 엄중한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일들에만 정신을 팔고 있었으니 말이다.
해외 동포의 입장에서 보면 대부분 살기 바쁜 중에도 여야로 갈려 있다. 방법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언론이나 공관이 하는 일이면 무비판적으로 앞장서는가 하면 똑같은 논리와 개념으로 정부가 하는 일이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다른 입장에 있는 분들은 참 어렵고도 힘들게 ‘애국’을 한다고 생각한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조국의 현실, 정부의 실정과 비리에 대해서 비록 작지만 끊임없이 행동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자행되었던 전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과 4대강 사업 등 부정부패에 대하여 항의를 계속했으며, 국정원 개입으로 탄생한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도 꼭 필요하다 싶은 사안에 대해서는 조국을 위해서 ‘애국’의 목소리를 외롭게 전해왔었다.
그렇다고 그런 일들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정부여당을 심판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결과론적으로 의미있는 일들로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서 선명하게 드러난 두 가지를 짚어본다.
첫째는 젊은 세대들의 현실 참여다. 힘이 있고 미래가 있어서 좋다. 이들이 사물과 세상과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과 판단을 높이 사야할 것이다.
이번 재외 국민투표에서 물론 이들 젊은 세대가 참여한 탓도 있지만 여야의 득표율이 26.9 대 73.1(%)였다. 한국의 미래는 이들의 것이요, 이들이 곧 국가다. 이들에게 있어서는 과거와 같은 지역이나 인물 중심의 정치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치는 그들에게 이제 현실이자 생활이 됐다.
둘째, 망국적인 ‘지역 정치’가 상당히 후퇴해 버렸다. 아주 바람직하다. 한국정치의 새로운 지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조심스런 기대를 해 본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확연하고 고무적이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 이상의 다양하고 복잡한 연구와 접근이 필요할 테지만 기존 정치인들이 ‘지역과 시민’을 한데 묶어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려했던 것을 이제는 전처럼 할 수 없을 것이다. 시민들의 감시가 수준급 이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 싫은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차제에 한국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라고 권하고 싶다.
시민들은 선진한국을 바라보고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아직도 자유당 뒷골목의 깡패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의리나 배신’ 같은 걸로 밀어붙인다면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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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 사는 세상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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