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가우디의 건축을 보기 위해 그 많은 나라들 중 하필 스페인을 택했다면 좀 과장일까. 도착하자마자 시차 때문에 멍한 정신에도 불구하고 카사 바트요부터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훑기 시작한다.
고픈 배를 채우듯 가우디 건축물들 중 정수라 불릴만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이른다. 백년이 넘도록 아직도 완성하지 못하였음에도 이 위대한 건축물을 보기 위하여 사람들은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다.
옥수수나 벌집을 연상시키는 첨탑에 수많은 조각들과 문양들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들어져 전체적으로 마치 꽃잎이나 해조류 혹은 물결의 집합체인 듯 보이는 정문 앞에서부터 길고 긴 줄을 선 끝에 성당 내부로 들어서자 천장 저 끝 위로부터 빛의 입자들이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을 머금은채 흘러내린다. 천상의 세계를 표현한 걸까. 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햇빛을 받아 내뿜는 빛이 기둥들에 반사되는 빛의 춤사위에 넋을 잃는다.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건만 마치 아무도 없는 듯 내 정신은 나무와 줄기의 형태로 저 높은 천장으로 뻗어 오르는 기둥들과 천장에서 활짝 피어난 수많은 꽃의 형상들, 그리고 각 창문들로부터 흘러 들어온 빛이 각 형상들의 각도와 정교한 선과 면들에 와 닿아 펼치는 수백 수천의 각기 다른 색의 향연, 건축적 구조와 조각적 디테일의 어우러짐과 그로부터 우러나오는 신비와 장엄함에 휩싸인다.
느닷없이 목구멍 저 아래로부터 무언가 알수 없는 치밀어오름에 울컥인다. 알수없는 눈물이 고인다. 가우디에 대한 경외로움으로 가득차 인간의 신성, 그 숭고함에 대하여 생각한다.
가우디!, 그는 과연 누구인가. 신이 보낸 신의 사람… 지하층 예배당에 안치되어 있는 가우디의묘석 앞, 한무더기의 꽃다발이 놓여있다. 옆의 빨간 촛불들로 인해 바닥에 누운 묘석이 더욱 검다. 그 묘석을 내려보며 앞에 섰을 때 또 한번 울컥거리며 무언가 치밀어 오른다. 인간, 신 예술 같은 단어들이 두서없이 난무하며 머리 속을, 가슴 속을 헤집어 놓는다.
가우디는 내 안의 갇혀있던 신성의 문을 세게 두드려 열어 젖히고는 외친다. 보라! 이것이다! 이것이 신성에 가 닿은 예술의 모습이다. 꺼내어라! 네 안에 갇힌 저 숭고한 순수와 진정의 감성을… 그리하여 맘껏 드러내어라! 발휘하라! 그리고는 가 닿아라! 저 천상의 문을 두드려라! 발을 디디고 선 땅에 연연하지 말고… 날아라 높이 높이!
구엘공원이나 카사 바트요, 카사 페드레라에서는 그저 가우디의 자유로운 예술혼과 파격적인 형태로서의 건축을 보았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서는 완전한 예술성의 총체적 결합이 구현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 웅대함과 엄숙함, 신성함 속에 안겨 몇 시간을 앉아 있다 성당 뒤켠으로 나오자 아! 이건 또 무언가! 가우디와는 확연히 다른 조각들, 느낌이 범상치 않다.
수비라치! 또 다른 신성을 만난다. 그의 조각들은 가우디와 반대로 매우 직선적이며 단순하다. 또한 예수의 생애를 표현하기 적절하도록 어둡고 비극적이지만 그래서 보다 인간적이다. 한 성당 건물에 풍이 확연히 다른 조각가를 기용한 사람들의 유연성에 감탄한다.
가우디 그리고 수비라치, 스페인에 오자마자 만난 그들 때문에 난 벌써 바르셀로나의 모든 것들에 미칠 것만 같은, 왜 이제야 왔는지 안타까운 마음에 사로잡힌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한번 더 돌아보며 못내 떠나기 아쉬운 발걸음으로 햇빛 스러지는 거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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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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