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딸이신 집사님은 언니와 같은 교회를 다니며 다정한 우리 자매를 많이 부러워하셨다. 아들만 다섯을 두셨는데, 딸있는 사람도 부러워하셨다. 딸이야 어쩔 수 없지만, 자매야 어렵지 않지 하며 큰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작은 교회에서 최연장자이신 집사님이 이제 모두의 큰언니가 됐다.
계단참에 앉아 계시던 큰언니 집사님이 계단을 올라오는 내게 물으셨다. “무슨 화장품 쓰세요? 무슨 화장품을 쓰길래 피부가 그렇게 반질반질하고 윤이 나요?” 비싼 화장품을 쓰지 않는 나의 대답이 큰언니 집사님을 만족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대답을 하며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때 내 나이의 두배에서 서너살 빼면 큰언니 집사님 연세였다. 어떤 화장품을 쓰신들 반질반질하고 윤이 나기야 하겠는가만은 “여자 마음이라니!” 싶어 마음이 짠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주 듣던 질문이였다. “무슨 화장품 쓰세요?” 특별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피부관리를 하지 않는 바에야 타고난 거라고 말할 수밖에. 그러니까 생각나는 얘기가 있다. 동부관광할 때 우리를 웃긴 가이드의 경험담. 한국 유명한 연예인 김아무개씨를 가이드하게 됐는데 피부가 참 곱더란다. 그 얘길 부인에게 했단다. 그 부인의 반응을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핀잔만 들었단다. “나도 그여자만큼 시간 들이고 돈 들여봐. 누구는 몰라서 안하는 줄 알아?!” 이쯤 되지 않았을까.
알려드린 화장품을 큰 기대를 가지고 사서 발라보셨을라나? 혹시나 좋아졌나 거울 앞에서 설레셨을라나? 궁금했지만 차마 여쭈어볼 수가 없었다. 나도 쉬지 않고 큰언니 집사님의 나이를 향해가고 있다. 좋게 타고난 피부이지만 관리를 안하니 무슨 화장품 쓰냐는 질문 받아본 지가 언젠지. 그러니 나 또한 큰언니 집사님 나이쯤에 피부가 반질반질 윤이 나는 자매를 놀라게 하지 않는다는 장담을 못하겠다. 나도 여자니까.
“무슨 화장품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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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애씨는 성경학교 교사와 교육전도사로 오랫동안 사역했다. 친구들과 그루터기 선교회를 만들어 SF다운타운에서 노숙자 사역을 9년간 했고 ‘그루터기’란 신앙나눔집을 발행했었다. 지금은 신앙이야기 ‘잔치집’을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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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애(버클리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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