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모님은 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가난하고 굴곡있는 초중고 시절을 거쳐, 대학교 때는 민주화운동을 그리고 사회에서는 휘몰아치는 경제성장과 함께 성장해온 세대. 부모님은 그 어느 세대 보다 노후준비에 신경쓸 시간이 없었던, 참 바빴던 세대이기도 하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가져서는 아래로는 아이들의 교육비를, 위로는 부모님들의 부양비를 이중적으로 책임지며 살아왔으니까. 나에게 부모님은 언제나 슈퍼맨같은 존재였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고 모든것을 가능하게 만드셨다. 가장 가까이서 봐왔으면서도 나는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대한 과정이였는지 그때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일을 시작하면서 집 문밖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겪고나니 그제서야 젊고 아름답던 부모님이 했었던 고뇌와 노력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수중에 아무것도 없이 학생부부로 시작하여 우왕좌왕 고생한 그 모습이 눈앞에 조금더 선명히 그려졌기 때문이다.
2년 전, 나의 부모님은 조금은 일찍 은퇴를 하기로 결정하셨다. 나는 그 결정이 너무나도 기쁠 수밖에 없었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단 한번도 쉰 적이 없던 어머니 아버지가 조금이나마 짐을 어깨에서 내려놓고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바래왔기 때문에. 하지만 동시에 살짝은 걱정이 되었다.
항상 달려오기만 했던 분들이 느려진 삶의 속도에 적응을 잘할 수 있으실까,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으실까? 나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며 확신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언제나처럼 아주 멋있고 생기있게 아름다운 여행을 만들어 나가고 계셨다. 은퇴 이전보다 훨씬 더 호기심에 반짝이는 두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계셨고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마음껏 즐기고 계셨다.
놀랍게도, 줄어든 살림의 규모나 부족함이 오히려 두분을 자유롭게 만든 듯했다. 자연스럽게 적게 쓰고 조금 덜 사면서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그 안에 의미를 채우면서 두분은 행복해하셨다.
부모님은 이제 다음 여행의 계획으로 귀농을 생각하고 계신다. 흙에서 생명의 숨결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살고싶다는 나의 부모님은 여전히, 나의 슈퍼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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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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