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문학에서 자주 다루어진 주제 중의 하나가 ‘굿 가이 대 배드 가이(Good Guys vs Bad Guys)’ 즉 ‘좋은 사람 대 나쁜 사람’ 대결이다. 신생국가 시절에는 대부분의 경우 백인은 ‘굿 가이’ 인디언은 ‘배드 가이’였다. 백인들이 신천지에 정착하면서 수천년 동안 주인으로 살아온 인디언들의 터전을 빼앗으려니, 자연히 ‘굿 가이’ 백인이 ‘배드 가이’ 인디언을 정복하고 쫓아내야 한다는 억지주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디언 외에 새로운 ‘배드 가이’들이 등장하였다. 인구가 팽창하면서 대륙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대 이동이 일어나고, 누가 이 광대한 금싸라기 땅을 많이 차지하느냐를 둘러싸고 피 터지는 싸움이 계속되었다.
서부 개척사에서 빠질 수 없는 무법 악당과 정의의 보안관의 대결이 한 세기 이상 계속되었고, 최종적으로 보안관의 승리로 끝났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서 미국은 당시 국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 독일을 상대로 세계 대전에 참전하였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굿 가이 대 배드 가이의 대결에서 미국이 승리함으로써 다시 한번 선악의 대결이 미국문학의 중요한 주제라는 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선과 악이 뚜렷이 구분될 수 있고, 선과 악의 충돌에서 선이 항상 이긴다는 메시지는 권선징악의 긍정적인 면은 있으나, 동시에 승자 미화라는 부정적 효과를 낸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선과 악이 뚜렷이 구분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할 뿐 아니라, 선이 항상 이기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다. 한 나라의 역사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사학자들도 같은 인물, 같은 사건에 대해 상반되는 해석을 내 놓는 것이 좋은 예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도 같은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동일한 후보를 놓고 한 쪽에서는 미국을 위대한 국가로 만들 ‘굿 가이’라고 열광하고 있고, 반대쪽에서는 나라를 망칠 ‘배드 가이’로 매도하고 있다.
선악 이분법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도 적용되고 있다. 지금 한창 논쟁거리 정책의 하나인 이민자 관련법에 대해서도 친이민 쪽에서는 미국을 일등국가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반이민 쪽에서는 미국의 정체성을 상실시킬 악법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선과 악, 굿 가이와 배드 가이에 대한 만인의 동의는 가상 세계에서만 존재하고 실제 사회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태에서는 진정한 ‘굿 가이’를 뽑을 수 없다는 불안감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이런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시킬 수는 없어도 완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우선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누가 ‘굿 가이’이고 누가 ‘배드 가이’인가를 분명히 구분한다는 것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다음에는 100% 순수한 ‘선’ 이나 ‘악’ 으로 뭉쳐있는 사람은 없으니, 대신 선의 비중이 악의 비중보다 큰 사람을 대안으로 삼는 것이다. 51%의 선과 49%의 악의 비율이라도 그 반대의 경우보다는 낫다는 것을 믿으면, 완전히 선한 굿 가이를 뽑는다는 비현실적인 목표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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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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