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읽고나면 기존의 사고방식 자체가 크게 바뀌어서 그전의 나와 그후의 나가 달라진다. 지식이 위험하고도 힘이 있는 이유는 그것을 알고나면 그전의 나로는 돌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공부의 배신(Excellent Sheep by William Deresiewicz)이 나에게 그러한 책이였다.
이 책에서 윌리엄 데레저위츠는 수십년간 몸담았던 여러 명문대에서 공통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는 엘리트의 특성을 깊게 분석하였다. 요약하자면 그의 해석은 명문대가 아이들을 ‘똑똑한 양떼들(Excellent Sheep)’로 교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똑똑한 양떼’는 온순하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대사회의 엘리트집단을 일컫는다.
역사적으로 명문대학은 가장 처음 기득권층의 자녀들에게 집단의식을 주기 위해 하나둘 탄생되었는데 그것이 지금에 이르러서는 ‘균형이 잘 잡힌 인간’ 대신 ‘똑똑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곳으로 변화되었다.
이는 전문가적 소질을 보여줘야 하는 스펙경쟁을 낳았고 누군가가 19개의 AP점수를 갖고 있기 때문에 20개가 필요하다는 기형화된 선발기준을 초래하게 되었다. 잎을 따먹기 위해 목이 길어진 기린처럼 과열된 스펙경쟁에서 아이들은 점점 기형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지나치게 까다로운 입학과정을 수행해온 아이들이 대학에서 혹은 대학을 나와서 가장 중요한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엘리트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원동력이 두려움과 불안감임을 토로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들은 주체적인 삶의 의미를 찾기 못한 채, 양떼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사회의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함께 움직인다. 몇몇 독자들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합리적 자료에 의해 문제가 제기된 명문대의 함정을 알고 있다면 이를 극복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인생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양떼 중 한마리의 양이 아닌 인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인 존 키츠는 이 세상이 ‘영혼을 만드는 계곡’이라고 표현했다.
온전하게 불확실성을 포용할 줄 알고, 경계를 넘어 자아를 형성하는 ‘계곡’은 훈련과 시련의 연속일 것이다. 하지만 개별적이고 독자적인 존재, 즉 영혼이 되려면 이 과정을 슬기롭게 겪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우희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