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스 주니어는 토종 가주 기업이다. 1941년 칼 카처가 사우스 센트럴의 중심인 플로렌스와 센트럴에 세운 핫 독 카트가 현재 38개국 44개 주에 3,664개의 프랜차이즈를 갖고 있는 칼스 주니어의 모체다.
그 칼스 주니어가 지난 3월 가주를 떠나 테네시로 본사를 이전한다고 밝혔다. 명목상의 이유는 업무 통폐합으로 많은 오피스가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가주와 테네시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가주의 개인 소득세율은 13%로 전국 최고지만 테네시의 소득세율은 제로로 전국 최저다. 미국 유일의 사회주의자 연방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의 고향 버몬트 주의 최고 소득세율도 8.95%로 가주의 2/3에 불과하다. 거기다 물가와 인건비, 부동산 가격 등 모든 경비가 비교가 안 된다. 여태까지 안 가고 가주에 남아 있던 것이 신기하다.
작년에는 외국 기업으로 가장 많은 자동차를 미국에서 팔고 있는 도요타가 본사를 토랜스에서 텍사스로 이전했다. 텍사스 역시 주 소득세가 없고 각종 비즈니스 여건도 가주보다 훨씬 낫다. 가주의 비즈니스 환경은 50개주 가운데 44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주는 60~70년대까지 미시건에 이어 제조업이 번창하던 곳이었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들어서는 자동차 공장이 모두 문을 닫았고 90년대 들어서는 항공 우주 관련 산업 업체가 거의 가주를 떠났다. 이와 함께 고학력,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고임금 일자리도 사라졌다. 지난 10년 간 9,000개의 기업이 가주를 떠났거나 가주 대신 타주에서 사업을 확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가주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느냐를 묻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가주 정부는 중산층 증발로 인한 세수 부족을 극소수 부유층에 대한 중과세로 메우고 있다. 현재 가주 개인 소득 세수의 48%는 최고 1%가 부담하고 있다. 최고 10%가 내는 세금이 전체 소득세의 79%를 차지하고 있으며 바닥 60%가 내는 돈은 2%에 불과하다. 최고 1%가 많이 내면 좀 어떠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들이 버는 돈은 가주 전체 소득의 24%다. 비율로 따져도 버는 돈의 2배를 내는 셈이다.
이런 부유층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황이 닥쳤을 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2008년 금융 위기로 주가가 폭락하자 부자들의 소득은 급속히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주 재정은 파탄에 직면했다. 각종 사회 복지 프로그램을 대폭 줄이고 부자에 대한 특별세 신설로 최고 세율을 10%에서 13%로 올리고서야 겨우 파국을 면했다.
원래 오는 2018년까지 한시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던 것이지만 가주 교사 노조는 이를 영구화 하는 주민 발의안을 준비 중이다. 주로 공무원 월급과 연금으로 지급되는 76억 달러의 세수원이 사라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의 책동이 전혀 놀랍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기업들의 가주 엑소더스는 가주 소득세율이 전국 최고고 최저 임금이 15달러로 오르기 이전부터 시작됐다. 소득세율이 영구화되고 15달러 인상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기업과 고소득자들은 가주에 있고 싶어 할까 떠나고 싶어 할까. 부자와 기업이 떠난 곳의 일자리는 늘어날까 줄어들까. 침팬지 이상의 지능을 가진 인간이라면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처럼 보이는데도 아직도 많은 정치인들은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소득세율을 올리고 최저 임금을 인상해 고소득자와 기업들을 쥐어짜면 당분간은 세금도 더 걷히고 월급쟁이들의 소득도 늘어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에는 중과세와 고인건비를 의무화하고 있는 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수 년 간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주가 주소득세가 없고 비즈니스 친화적인 테네시와 텍사스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고소득자와 기업을 내쫓는 주와 이들을 반기는 주 둘 중 장기적으로 어디가 더 번성할 것 같은가. 가주 정치인들은 앞을 길게 보고 대국적인 정치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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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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