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면서 창문을 통해 보이는 맑은 하늘을 보다가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다. 컴퓨터와 신문 잡지 그리고 수없는 서류에 시달리는 눈에 대한 잠깐의 예의도 된다. 이 말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이때 좋은 안약 한두 방울 눈 속에 넣어준다면 그야말로 눈에 대한 예우 금상첨화다.
커다란 유리로 만들어진 정문 윗 칸에 7 이라는 숫자가 반대로 보인다. 들어오는 눈을 위하여 쓰인 숫자이니 안에서 보는 눈으로는 그 반대로 보이는 게 당연하다. 그 숫자를 중심으로 작은 주변 유리를 통해 하늘이 보인다.
오늘 기상은 맑고 따뜻한 날씨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너무나 평화롭게 여기저기서 포옹하고 있다. 부둥켜안은 채 아무도 움직일 줄을 모른다. 저 하늘의 기상을 이 자리에 앉아서 점검한지도, 글쎄, 35년? 40년? 40년이 넘은 건 분명하지만 그게 바로 이 자리에서만 이었던가 하는 게 의문이다.
상상할 수 있는 그런 거센 폭풍우는 아니었을 지라도 꽤나 센 빗줄기가 2층 여기 유리창을 난타할 때도 있었다. 찬바람이 문을 밀치고 들이닥칠 때도 있었고 방안이 너무나 더워 문을 열고 부채질한 적도 있었다. 너무나 방안이 추워서 히터를 2개 3개 켜놓고 담요로 무릎을 덮을 때도 있었다. 이렇게 살아온 거다. 무탈하게 엘 카미노 메뚜기 Life 로 고맙게 살아온 거다.
문뜩 이 순간 생각해본다. 여기 이 칼럼을 읽고 있는 한국일보 독자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다만 분명한건 그분들 독자 한분 한분 모두가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컴퓨터가 고맙다. 만약 컴퓨터가 없었다면 이 칼럼을 단 한편이라도 썼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컴퓨터가 무섭다. 내가 무얼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두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전세 비행기에 관해서 인터넷을 두드린 적이 있었다. 태평양을 사이로 두 대륙 간을 오가는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가 대한민국 20대 국회같이 제3의 선택이 있다면 성수기에 자리가 없어 오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덜하겠다 해서였다.
그 뒤 며칠간 여기 컴퓨터 스크린은 전세 비행기 정보와 광고로 온통 덮혀있었다. 2인승 세스나를 위시하여 주로 회사전용으로 쓰이는 탑승인원 100명 이내 기종인 미쓰비시, 봄바디어, 그리고 본격적인 보잉 등. 한동안 전세비행기로 세계를 누비는 꿈속에서 살았었다.
오늘은 모처럼 망중한이다. 이 글 자체도 그거다. 그래서 메모리얼 데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여름철 뒤뜰에서 돗자리 펴고 즐길 수 있는 시원한 맥주, 아니면 와인 안주 메뉴 하나 소개 하려고 한다. 새우를 한 봉다리 산다. 적당한 사이즈에 적당한 량. 끓는 물에 약간의 소금을 넣고 이것저것 엿장수 향신료 약간씩. 새우가 갑옷채 풍덩.
이렇게 데친 다음 냉장고 안에 가둔다. 케첩 반 컵에 호스래디쉬 생것 갈아 듬뿍 넣는다. 셀러리 반쪽을 깨알 두서너 배 정도로 잘게 다져넣고 잘 익은 라임 반개를 마이크로에 5초가량 정신 번쩍 나게 해준 후 그 주스를 짜낸다. 칵테일소스가 탄생한다. 부드러운 들깻잎으로 새우 한 마리를 감싼다. Cilantro 도 OK 다. 잎사귀 없이 갑옷채로도 OK 다. 그래서 방금 만든 칵테일 쏘스에...
Oh My God, 그야말로 two men eat, three men die, I don’t know 다. 맥주건 와인이건 쐬주건 상관없다. 안주가 아니라 반주다.
<
신해선>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