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엔 고양이 한마리가 있다. 이름은 상식이. 작년에 생후 몇주 안돼 엄마고양이에게 버림받아 길에서 배고파 울고 있는 고양이를 우리 딸이 주워 와서 키우기 시작했다. 그런 상식이가 벌써 우리집 식구가 된 지 1년이 넘었다.
상식인 태생이 들고양이여서인지 밖의 세상을 늘 동경한다. 그래서 대문을 열고 닫을 때면 늘 기회를 포착하여 집 밖으로 빠져나가곤 한다. 처음에 나갈 땐 상식이를 찾으러 다니느라 애를 썼지만 요녀석이 어김없이 허기지면 집을 찾아 들어온다. 정신없이 나갔다가 정신 차리면 돌아오는 우리 상식인 정말 동물이지만 상식적인 일들을 많이 한다.
몇달 전 잠시 찾아온 우울 증세, 갱년기로 달리고 있는 나이인지라 원인 모를 우울함이 나를 순간 사로잡았다. 근데 요녀석 상식이가 나의 우울한 얼굴을 읽은 건지 조용히 앉아 있으면 그전에는 함께 놀자고 툭툭 치던 녀석이, 옆에 앉아 가만히 자기 머리를 내게 부빈다.
날 위로라도 하듯이 말이다. 슬퍼하는 이에겐 채찍이 아니라 위로가 필요하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치를 우리 상식이도 알고 있는 듯하다. 예전 같으면 심한 장난끼 때문에 오래 안고 있지도 못했는데 그땐 참 오래 안고 있어도 가만히 있어 줬다. 정말 상식 충만한 우리 상식이다.
그러던 상식이가 어제부터 보이지 않는다. 어제 저녁 먹고 나가더니 오늘까지 돌아오질 않는다. 걱정이 돼서 집 안팎을 돌아다니면서 찾아본다. 도대체 이 녀석이 어디로 간 걸까.
걱정과 짜증 속에 여기저기 찾고 있는데 남편이 인터넷 신문을 보다 내게 소리친다, ”여보, 글쎄 단원고 학교 측에서 세월호 희생자 학생들 200여명을 피해자 부모 모르게 제적 처리를 했다네? 아니 자식 잃은 것도 서러운데 문제아들 제적하듯이 학교에서 제적처리하다니 참나.. ”
에잇, 정말 짜증난다. 도대체 상식이는 어디 간 걸까? 상식아!! 더 크게 한번 외쳐 부른다. 상식아, 어디 갔니? 슬픔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우리 고양이 상식이, 오늘은 그의 빈 자리가 화가 나기까지 한다.
그때 마침 상식이가 뒷마당쪽에서 총총총 걸어들어온다. 다른 들고양이와 싸웠는지 몸에 상처까지 입고 말이다. 상처입은 상식이지만 돌아와 주어서 너무 반갑다. 근데 이상하다. 상식이는 돌아왔는데 왜 아직도 내 마음에 상식이는 출타 중인 느낌이 드는 걸까?
<
남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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