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에 살면서 제일 먼저 주목해야할 것은 하드 드라이브의 용량이다.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이므로 거의 모든 것을 기록해 보관할 수가 있다.
직장에서 위기대응 팀원으로 자원 봉사할 때, 회사의 보안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앙 통제실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기록된 영상을 얼마 동안 보관하느냐고 물었더니 무한정이라고 했다. 그러니 누가 근무 중 회사를 빠져나가고 들어오는지는 영구 보관된 영상 기록을 보면 다 나온다.
요즘 한국에는 감식 카메라가 거의 골목마다 설치되어 있어서 경찰은 사건이 나면 범인을 잘 색출해 낸다. 도청과 감청 장비 또한 발달되어 감식 카메라와 함께 활용되고 있으니 비밀이 비밀로 남겨질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한국의 야당은 국정원의 도감청에 노이로제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대공 업무를 맡은 국정원의 눈과 귀를 막아서는 안 되는 형편이고 보니, 확실한 법을 제정해서라도 북한에 대한 도감청은 효과적으로 이뤄져야할 것이다.
우리가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대화는 이 무궁무진한 하드 드라이브의 용량으로 인해 다 기록될 수 있다. 내 컴퓨터 밖의 하드 드라이브인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도 있으므로 통신사는 전자장비를 통한 통화 내역을 다 기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일단 이메일을 주고받으면 통신사는 자신들의 장비를 통해 오간 기록들을 다 보관한다. 정부 기관의 정당한 제출 의뢰를 받으면 이 기록들은 수사 기관으로 제출되어 지기도 한다.
기업들도 자신들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녹음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 전화 통화하는 시대에서 컴퓨터와 통화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계속 이런저런 번호를 누르라는 안내만 나오니 나중엔 어느 부서의 누구와 통화하는지도 모른다.
인터넷 상에는 별도의 감시 체계가 있다고 한다. 범죄자들이 쓰는 용어들을 가려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메일 등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분석한다. 게다가 각 컴퓨터에는 IP 주소라는 고유번호가 할당되어 있어 위치 추적이 가능하고, PC 방 등에서 이메일을 보낸 경우라면 이메일 보낸 시간대에 맞춰 감식 카메라로 추적할 수 있다.
오래 전 한 여자 중학생이 남학생 친구와 컴퓨터 채팅을 하는 중에, 남학생이 짝사랑하는 다른 여학생이 아무런 반응이 없어 그 여학생을 해치겠다는 말을 채팅 룸에서 받았다. 그리고는 며칠 후 교장실에서 채팅한 여학생을 호출했다. 교장실에는 경찰이 당시의 채팅 내용을 프린트해서 진상을 파악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에 실수로 이메일이 모두 없어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보낸 것은 물론이고 받은 이메일까지 찾을 길이 없었다. 그래서 이메일 제공회사에 연락해서 복원 신청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지난 수년간 지웠던 이메일까지 모두 복원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메일을 지워도 사실은 지워지지 않고 어느 구석에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의 신원조회는 소셜시큐리티 번호만 넣으면 다 나오고, peoplefinder.com 이나 spokeo.com 등에 영문 이름만 입력시켜도 가족관계, 축척된 부의 정도, 학력, 결혼 이력, 법원 기록 등 알고 싶은 정도에 따라 비용만 지불하면 다 알 수 있다.
신용카드 발행 은행은 내가 어느 레스토랑을 잘 다니며 어디서 무엇을 사는지 다 알고 있고, 컴퓨터는 내가 어느 인터넷 사이트로 돌아 다녔는지 다 알고 있어서, 그 돌아다닌 사이트에서 끊임없는 광고가 모니터 구석구석에서 번쩍거린다.
그러니, 더 이상 비밀은 없다. ‘옛날이 더 좋았더라’는 탄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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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손/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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