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상한 고기만 먹다 향신료에 반해
유럽인은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기보다 아메리카에 발끝이 걸렸다고 하는 게 옳을 것 같다. 그들은 아메리카 대륙을 동양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여겼다.
문명이 발달하자 서양인은 취미 혹은 이익 추구를 위해 동양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로마인은 동양에서 나는 보석, 향료, 염료를 무척 갖고 싶어 했다. 중세기 들어 그들의 관심은 금, 공단, 명주, 갑사, 약재 그리고 향신료에 집중되었다.
반쯤은 상한 육류를 먹던 당시 계피, 육두구(인도네시아 몰루카 제도의 향신료), 후추 등은 고기와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국왕들이 서로 후추 한 포대를 선물하기도 했다.
베네치아의 상인은 매년 이집트 왕에게 많은 후추를 구입했는데 이것은 이집트 왕이 말라바르 (인도의 서남단 지방)에서 수입한 것이었다. 그 외의 향신료는 말라카 군도(말레이 반도 남서부)의 화산 토양에서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자란 것을 사들였다. 보석은 인도와 실론(스리랑카의 옛 이름), 약재 및 향료는 수마트라(인도네시아의 섬)와 보르네오(말레이 제도에 있는 섬), 견직물은 중국에서 수입했다.
-동양이 어딘지도 몰라
상인들은 아시아 전역을 오갔고 때로는 아라비아 상인이 알렉산드리아(이집트 북부)로 보낼 물건을 사들이기 위해 말라카까지 갔다. 또한 그들은 페르시아 만, 몽고 평원, 대한(몽고 민족의 황제 칭호. 역자 주)의 영토를 횡단해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 중동부)와 보하라(우즈베키스탄 중부)까지도 왕래했다.
유럽인은 동양의 진귀한 물품을 직접 사들이기 위해 애썼으나 그들은 지리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이 여행자와 전도사에게 전해들은 지식이라고는 아득히 먼 곳에 장밋빛 진주가 나는 중국 Cathay과 일본 Gipango이란 나라가 있고 금,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가 풍부한 인도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인도와 중국으로 가는 길을 찾아라
15세기까지 동양과의 교역은 피사, 베네치아, 제노바의 이탈리아인, 바르셀로나, 발렌시아의 스페인 그리고 마르세유의 프로방스(프랑스 동남부 지방)인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후 십자군 원정 실패로 터키인이 진출하고 해상을 장악했던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국가가 쇠퇴하자 유럽인의 지중해 운항이 위협을 받았다.
당시 지구가 둥글다는 사상(아라비아인이 전파한 프톨레마이오스의 사상)의 영향을 받은 유럽인은 이교도의 위협을 받지 않는 해로로 인도와 중국에 갈 수 있는 길을 찾으려 애썼다. 항해용 기구도 발달했고 서방으로 가는 해로도 전혀 모르지는 않았다. 실제로 로마인이 카나리아 제도(아프리카 북서부 대서양)까지 간 일도 있었다. 이미 아조레스 제도(북대서양 중동부)를 점령한 포르투갈인은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려는 원대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험 부추긴 동양의 진귀한 재물
북방에서는 스칸디나비아의 선원들이 안개가 짙은 전설의 섬 툴레를 지나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까지 진출했다. 그린란드는 거의 얼음덩어리였지만 이민을 유도하기 위해 ‘푸른 섬’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한 항해자는 세계의 반대편에 있는 앤틸리스 제도(카리브 해에 있는 섬들), 즉 맞은편 제도 Opposite island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곳을 지나면 중국, 일본, 인도에 도달할 거라고 생각했다. 미지의 신비와 진귀한 재물이 풍부한 동양 말이다. 용감하고 낭만적인 정신과 영광을 위한 모험적이고 열렬한 야망을 유혹하는 데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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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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