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공학 2번째 높아
▶ “코딩 배우면 유망” 옛말
▶ 전공별 취업 ‘명암’ 뚜렷
#풀러튼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씨는 요즘 아들만 보면 답답함을 감출 수 없다. 고등학교 때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아들은 작년 5월 졸업장을 딴 뒤 지금까지 취업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집에서 놀고 있다.
김씨는 “몇 년 전까지 컴퓨터 코딩만 배우면 취업에 걱정이 없는 유망 직종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한다”며 “아들이 대학원 진학도 고민하고 있지만 학위를 추가한다고 뾰족한 방법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컴퓨터 사이언스 3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 딸을 둔 또 다른 한인 정모씨는 딸이 100곳 가까이 인턴에 지원했지만 오퍼는 단 1건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가장 좋은 학생들은 대부분 컴퓨터 공학을 선택했다”며 “10년 이상 공부해야 하는 의사보다 학부만 마치고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지금 상황은 전혀 달라졌다”고 말했다.
미국 내 취업 시장 불안정과 AI 확산 등의 여파로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처럼 오랫동안 고소득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안전한 선택’으로 여겨졌던 컴퓨터 관련 전공도 최근에는 높은 실업률을 기록해 주목되고 있다.
뉴욕 연방은행이 2024년 인구조사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졸업생(22~27세·학사 이상) 73개 전공 가운데 인류학(7.9%) 전공자의 실업률이 가장 높았다. 이는 전체 전공 평균 실업률 4.2%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이어 컴퓨터 공학(7.8%), 순수미술(7.7%), 공연예술(7.0%), 컴퓨터 사이언스(7.0%)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컴퓨터 공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는 2010년대 “코딩을 배우면 안정적이다”라는 인식과 달리 최근 기술업계 채용 둔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개발 채용 공고는 2022년 채용 붐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실업률이 전공의 가치를 전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학사학위만 보유한 졸업생 기준 초임 연봉은 컴퓨터공학(9만 달러), 컴퓨터 사이언스(8만7,000 달러) 전공자가 가장 높았다. 이는 일정 기간 구직 대기 상태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높은 보상을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지표인 ‘과소취업’ 비율에서도 전공별 격차가 컸다. 과소취업은 대학 학위가 필요하지 않은 직종에 종사하는 비율을 뜻한다. 2024년 평균은 39.4%였으며, 형사사법 전공은 65.8%로 가장 높았다. 공연예술(63.9%), 순수미술(58.9%), 레저·관광(58.1%) 전공도 절반 이상이 학위 비필수 직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컴퓨터 공학과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은 과소취업 비율이 평균보다 낮아 일부 졸업생이 더 높은 연봉이나 전문 직무를 기다리며 구직 기간이 길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기술업계 채용 둔화와 빅테크 기업 경력자들의 레이오프가 겹치면서 엔트리 레벨 구직자 진입이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무보수라도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포지션을 찾아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학 교육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약화되는 추세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2025년 조사에서 대학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35%로, 2010년 75%에서 크게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졸자의 고용 안정성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다. 2024년 12월 기준 22~27세 대졸자의 실업률은 4.8%로, 같은 연령대 전체 근로자 실업률 6.8%보다 낮았다. 2025년 말에는 그 격차가 2.2%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이번 분석은 전공 선택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임을 보여주면서도, 단기 실업률만으로 전공의 장기적 가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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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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