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기 전에는 하고 싶은 일은 뭐든지 했다. 여행하고 싶은 것, 일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읽고 싶은 것, 정말 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
결혼을 하면 하고 싶은 것들에 지장이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누구나 하지만 어쩌면 나랑은 잘 맞지 않는 것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일찍 결혼한 친구들의 결혼 생활을 보며 결혼의 현실을 너무 일찍 알게 되어 환상이나 기대감 같은 것도 적었다. 일과 배움의 기쁨에 빠져 있을 때는 매주 내가 살면서 일하던 고향인 창원과 서울을 ktx기차를 타고 왕복하며 배우고 배운 것을 써먹는 것에 흠뻑 빠져 있기도 하였다. 말 그대로 일하며 공부하며 정말 정신없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살았다. 생각한 것들이 문자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 같은 날들이었다.
그런 시간을 흠뻑 즐기고 있을 때 내게 슬그머니 다가온 결혼 적령기라는 그림자는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부모님 특히 엄마의 한숨과 짜증 속에서 나를 둘러쌓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지만 아직도 그 시절, 그 갈등을 생각하면 마음에 울컥 하는 것이 있다. 결혼 적령기의 딸이 하고 있던 사업도 정리하고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다 했을 때 엄마는 분노를 넘어서 포기를 느꼈을까, 혹은 고집세고 주장 강한 큰 딸이 백마탄 왕자라도 만날까 마음속으로 실날같은 기대라도 했을까...
어찌 되었든 미국에서 예고도 없이 찾아온 지금의 내 남편의 뜨거운 구애와 내 인생에 한번 있을까 싶었던 불과 같은 사랑 덕분에 우리는 결혼을 하였다. 어린시절 남미로 이민을 갔다가 미국으로 오게 된 우리 남편의 뜨거운 사랑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마음 안의 고집과 열정이 있는 나와 퍼즐처럼 맞아 떨어졌다. 결국 내 결론은 아직 충분히(?) 살아보진 않았지만 결혼 안하면 어쩔 뻔했노! 결혼하니 너무 좋다이다.
내 편이 생긴다는 것, 한사람과 결혼한다는 것, 그 사람의 삶이 내게로 오는 것, 매일매일 새롭고 새로워지던 것이 익숙해지는 것마저도 좋다. 같이 한 방향을 보고 걸어간다는 것이 좋고 내 감당 못할 좌충우돌 성향도 남편 앞에서는 잘 훈련된 강아지처럼 순종적으로 변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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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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