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대한민국 아픈 역사의 한 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도입 부분이다.
언제 들어도 가슴이 먹먹하다. 80년대를 가열차게 살아온 86(80년대 학번에 60년대 출생자)세대라면 누구나 가슴 한켠에 간직하고 있는 노랫말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노래를 두고 합창과 제창이라는 용어 사용과 관련 한국 정치판에서는 참 말이 많다. 결국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개최된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제창 같은 합창으로 진행됐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민주•정의•인권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창과 제창이라는 미세한 차이에 대한 보훈처장의 말장난으로 인해 온전히 기념해야 할 행사가 반쪽짜리가 됐다.
이런 시점에 한 지인으로부터 SNS를 통해 얼토당토 않는 글이 전해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의 김일성을 기리기 위한 노래라는 미주지역 거주 한인이 쓴 글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5.18당시 계엄군에 희생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야학을 운영하던 박기순을 일컽는 '임' 이라는 당사자가 김일성을 얘기하는 것이란다.
또한 민주화된 세상을 뜻하는 '새날'이라는 것이 북한에 의한 적화통일을 얘기하는 것이란다. 그러기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종북가요라는 것이다. 참으로 괴상망칙한 궤변이다. 궤변도 이 정도면 정상적인 사람도 미치게 만들 정도의 솜씨다. 이와 관련 김일성종합대 출신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는 “종북가요면 북한에 널리 퍼져야 할 텐데 전혀 아니다”면서 “남조선에 와보니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을 찬양하는 종북가요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이 노래를 허락 없이 부르면 정치범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세상 별 소재를 다 가져다 김일성 찬양하는 것이라고 사기 쳐 둔갑시키고 자랑하고 선전하는 북한도 이 노래가 김일성을 흠모한다고 말하진 않는다”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종북가요도 김일성 찬양가요도 아니고, 오히려 김정은의 압제에 신음하는 북한 인민이 따라 배워야 할 정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체제가 싫어 대한민국을 선택한 사람들조차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왜 우리들은 이 노래를 가지고 분열을 일으키고 벽을 치는지 모르겠다. 정말 이런 유언비어는 퍼트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분열하면 좋아하는 것은 북한의 김정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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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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