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힘을 쥐게 되면 주변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자기중심적이 돼 버린다. 그러면서 타인의 관점을 외면하게 된다.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심으로부터의 거리도 점점 더 멀어진다.
지난 2013년 거대 중국의 권좌에 오른 중국 지도자 시진핑의 리더십이 1인 독재화 경향을 보이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는 은인자중하는 처신과 기다림 끝에 지도자로 낙점 받아 국가주석에 취임했다. 국가주석에 취임할 당시 그의 이미지는 깨끗하고 사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미지는 젊은 시절 ‘하방’(下方)을 통해 인민들의 삶속으로 직접 들어갔던 이력과 무관치 않다.
시진핑은 취임 후 전면적인 반부패 전쟁을 벌였다. 부패혐의가 있는 당과 군의 최고위 수뇌부들을 거침없이 숙청했다. 그는 ‘법치’(法治)를 내세우며 반부패 척결에 나섰지만 완전히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됐는지는 의문이다. 라이벌이 될 만한 인물들이 완전히 제거되면서 공고한 1인 지배체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진핑은 절대 권력에 대한 열망을 감추지 않는다. 각종 연설에서 절대 권력자였던 마오저뚱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 세계의 많은 중국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오 시대의 광기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982년부터 금지돼 온 개인숭배가 다시 부활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한 중국전문가는 “시진핑 체제가 모든 분야에서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퇴행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앞으로이다. 중국 국가주석은 공식임기가 5년이지만 연임을 하기 때문에 시진핑은 오는 2023년까지 권좌에 앉아 있게 된다. 아직도 남아 있는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중국의 통치체제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궁금하다.
권력자가 초심을 지키기란 이처럼 지난한 일이다. 똑똑하고 깨끗했던 인물도 권력의 맛을 알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변하게 된다. 하물며 소견은 좁고 소양은 빈약한, 게다가 고집까지 센 인물이 권좌에 앉으면 어떻게 될지는 너무 명약관화하다.
모든 것이 지도자 한 사람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인치’(人治)의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 사람의 인기와 권위, 지도력에만 의존하는 인치는 위험하다. 자칫 사람 하나 잘못 뽑으면 국민들이 생고생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는 설령 자질이 조금 떨어지는 지도자를 뽑았다 해도 그런대로 굴러가지만 인치가 지배하는 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지난 주 한국의 대표적 보수신문 논설주간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을 ‘자폐증 걸린 좀비’에 비유한 칼럼을 써 화제가 됐다. 칼럼은 “자폐적 권력의 가장 큰 특징은 세상이 언제나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것”이라고 꼬집고 “대통령과 친박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고자세는 자폐적 속성이 그 원인”이라고 질타했다. 칼럼의 기조는 내년 대선패배에 대한 우려이지만 동시에 박 대통령에 대한 보수진영의 정서가 실망을 넘어 점차 짜증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은 1980년대 초 군사독재정권이 국민들 눈치 보느라 내놓은 타협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꽤 괜찮은 결정이었다. 국정의 연속성을 들어 선진국들의 4년 연임이나 프랑스 같은 7년 단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인치’와 ‘적대적 대립’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뿌리 깊은 정치문화에 비춰볼 때 현 임기 정도면 적당하다.
만약 초기부터 자폐증상을 나타내는 권력이 어찌어찌해서 7~8년 혹은 10년이나 계속된다면 그건 생각만으로도 숨 막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5년이면 끝나게 돼 있으니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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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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