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쇼핑몰에 가면 ‘아메리칸걸’이라는 상점이 있다. 그곳에 가면 여자 아이들을 위한 인형 및 장난감, 옷 등을 판매한다. 처음에는 좀 비싼 인형을 파는 상점인가 했는데 눈이 번쩍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인형을 위한 미용실도 있고 어른이 인형의 귀를 뚫어주기도 하며, 음식도 서빙해 준다. 문화적인 쇼크였고, 돈OO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 크리스마스에 우리 딸이 산타에게서 바로 이 ‘미국소녀’를 받았다.
돈OO이라 하던 내가 딸에게 이 인형을 사준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산타에게 애타게 기도하는 아이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고, 또 하나는 내가 어린시절 가지지 못한 것을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 어린 시절에도 미미, 라라, 토토 같은 인형 및 많은 소꿉놀이 장난감이 있었지만 나는 가지지 못했다. 당시 그런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 친구가 너무 부러워서 내 아이에게는 사주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개성분들이시다. 그래서인지 불필요한 소비는 절대 하지 않으신다. 우리를 사립학교에 보내면서도 교복을 사주지 않고 아는 이에게서 물려 입히셨다. 대신 그 돈을 통장에 넣어 주셨다. 어려서는 친구들과 다른 나의 교복을 보며 속상하기도 했지만, 커가면서 자연스레 좋은 교육임을 깨달았고 절약이 나에게도 습관이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내게 재무상담을 받는 선/후배도 있었는데, 대답은 간단했다. “가계부를 쓰지 말라는 것이다. 돈을 안 쓰면 가계부 쓸 일이 없으니까.” 지금은 인생을 즐기고 싶은 나이가 된 것인지, 아니면 자식에게는 어쩔 수 없는 엄마가 된 탓인지 어느새 가계부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가 되었지만 여전히 부모님의 이런 교육은 나의 중요한 자산이다.
요새 딸 아이는 아메리칸걸 상점에 가는 것이 낙이다. 짠순이 엄마가 원하는 장난감을 사줄 리 없지만, 그저 구경만이라도 즐기는 모양이다. 아쉬운 표정으로 나오는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절약하는 습관과 경제 관념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의무다. 지금 시대에, 특히 물자를 넘쳐나게 쓰는 이곳에서 농부가 쌀을 위해 1년간 피땀 흘렸으므로 한톨도 남기면 안 된다는 우리시절의 교육이 통할까 싶지만, 돼지 저금통을 사다 놓고 경제 교육의 첫단추를 끼워본다.
<마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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