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쉬는 시간은 내가 운동장을 돌며 학생들이 질서있게 놀 수 있도록 지도하는 주다. 늘 그랬듯이 조용히 그리고 찬찬히 학생들의 노는 모습을 관찰한다. 쉬는 시간은 짧지만 학생들에게 더할나위없이 샘물 같은 시간이다.
조그만 책상과 걸상에서 벗어나 힘껏 공을 차고 던지며 느끼는 자유! 그래서 더 즐거운 쉬는 시간. 그러나 대부분 그 자유를 자유라 생각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만다. 괜히 다른 것에 신경쓰다가 그 자유의 고마움을 못 느끼고 뒤늦게 후회할 때가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운동장을 돌다 저 멀리 농구 골대 밑에서 두 학생이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더 큰 싸움으로 발전되기 전에 얼른 가서 말려야 하므로 난 빠른 속도로 그들을 향해 달린다. 문제의 발단은 누가 먼저 공을 잡았냐에 있었다.
서로가 자기가 먼저 공을 잡았기 때문에 자기 공이라고 하는 것이다. 비디오 카메라가 있어 리플레이를 하여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참 애매하다. 결국 나의 판결은 이렇다. “쉬는 시간 20분, 짧다면 짧은 이 시간 동안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그 아까운 시간들을 이렇게 논쟁으로 서로 낭비하다니… 쉬는 시간 5분밖에 안 남았네. 서로의 쉬는 시간을 허비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렴.”
학생들은 5분밖에 안 남았다는 말에 기겁하며 허겁지겁 서로에게 사과하고 다시 놀기 시작한다. 우리는 이렇게 살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그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임을 망각한 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그냥 지나칠 때가 있다. 그러다 견디기 힘든 현실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그때가 합리적이고 평화로왔는지 뒤늦게 후회하게 된다.
어제는 5월 23일이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한 분 있다. 높은 곳에 있어도 전혀 그 티를 내지 않으며 보통사람들과 함께 눈높이를 맞추었던 사람, 직위와 명예가 우선이 아니라 사람을 그 중심에 두고 먼저 생각하셨던 분. 난 그 분이 계셨을 때 그 시대의 평화로움을, 합리적임을 잊고 살았다.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치 쉬는 시간에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그 분의 존재감은 떠나신 후에 더 빛났다. 너무나 짧아 더 소중했던 그 시간들. 난 오늘도 그분의 말씀처럼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 하루하루 준비하며 살고 있나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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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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