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식 개스 벽난로가 있다. 개스 난로니까 파일롯 불을 켜 놓아아 하는데 추운 날엔 이 파일롯 불이 잘 꺼진다. 집안 창문을 다 열어 놓으니, 낮은 온도에 맞바람 때문이리라.
복도에 엎드려 불 붙여 가며 잘 사용했는데, 이 때는 참 애를 먹였다. 며칠을 하루에 서너 번씩 복도 바닥에 엎드려 시도해 보았지만 실패. 할 수 없이 PG&E에 전화를 했고, 며칠 후 와서 불을 붙여 주었다.
물론 그 후로도 불을 붙여야 할 일이 여러번 있었고, 내가 할 수 있었으니 PG&E에 다시 전화는 하지 않았다. 서비스 받은 일도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 서비스 받은 날로부터 일 년쯤 후 걸려온 전화가 완전 감동이였다. “일년 전에 벽난로 파일롯 불 붙여 주는 서비스를 해 준 기록이 있는데, 올해도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기계가 한 일이지만, 그 일을 기계가 하도록 시킨 누군가의 배려에 며칠 난로를 품고 다니는 것처럼 따뜻하고 행복했다.
역시 옛날식 부엌 형광등이 나갔다. 조카가 와서 전구를 새 걸로 갈았지만, 전구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불 없이는 살 수 없으니 전구가 세 개 달린 키보다 큰 스탠드를 갖다 놓고 사용을 했다.
없던 것이 부엌 한켠에 자리잡고 있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런데, 꼭 일 끝나고 집에 와야 생각이 나니, 한동안 그렇게 불편하게 살았다. 일일이 사람 사서 하기도 번거롭고 또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웬만한 집안일은 스스로 하며 산다.
이 벽난로 온도 조절 스위치가 안될 때도 사다가 갈았다. 식탁이 튼튼하니 그 위에 의자 놓고 갈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만에 하나 떨어지기라도 하면 다칠 수도 있겠다고 자제하고 있었다.
마침내 사람 구경할 기회가 왔다. 아버지 생신에 오신 오빠에게 부탁을 했다. 눈에 거슬리던 식탁 위 전등까지 갈며 옆에서 보니,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전선이 왜 세 줄인지 몰랐다.
전기에 문외한인 내가 생각한 전등 갈기를 시도했더라면?!… 그래. 여기까지만. 벽난로 파일롯 불 붙이는 것만도 대단한 거라고 전기회사 직원이 말하지 않았던가. 수펴우먼 유혹에 넘어가지 말자.
<
김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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