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질문하는 것이 이상해졌던 기억이 난다. 손을 들면 그 뒤에서 친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혹여나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마 진도 나가야 한다며 나중에 질문하라는 선생님과 왠지 모르게 꿍한 친구들에게 미안해진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손을 당당하게 들던 아이들이 조금씩 침묵하고 조용히 있게 됐을 것이다.
미국에서 수업을 처음 듣기 시작했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은 아이들이 정말 ‘바보같은’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는 것이였다. ‘너무나 분명히 책에 나와 있는 부분을 왜 그대로 질문할까?
분명 교수님이 혼내겠지. 시간을 잡아먹었으니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왠걸, 교수님은 정말로 좋은 질문이라며 교수님만의 의견을 제시했고 그걸 받아 심화된 질문을 학생들이 하기 시작했다.
마치 릴레이처럼 ‘바보같은’ 질문은 항상 굉장히 흥미로운 토론으로 이어졌다. 교과서에 대해 의문을 제시하는 친구들과 수업시간에 당당하게 손을 들어 이야기하는 친구들 덕분에 책에서는 절대 얻지 못할 다양한 각도의 논리들과 예시들, 응용들을 배우게 됐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도 당당하게 질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매일 열명 정도의 팀원들과 미팅을 하는데 그때그때 떠오른 질문들을 적어놓고 나중에 매니저를 불러 질문을 하곤 했다. 어느날 매니저는 나에게 미팅에서 질문이 생기는 순간 바로 하는 것을 추천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 내 질문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팀원 모두에게 새로운 시각의 질문이 굉장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팅에서 침묵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말을 꺼내기가 더 힘들어지므로 무슨 이야기든지 말하는 연습을 꼭 하라는 것이였다.
유대인이 쓰는 ‘Chutzpa’ 라는 말이 있다. 이 단어는 ‘당당한 태도’ 혹은 ‘부끄러워하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이 ‘Chutzpa’ 정신으로 모든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걸 당연시 여기고 언제나 질문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
아무도 당당한 것에 대해 앙금을 품지 않는다는 것을 chutzpa정신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우리 한국 사회도 어떻게 하면 당당함에 대한 앙금을 없앨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손을 들어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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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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