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경우에 어떤 반응을 할까?
점심을 해결할 양으로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갔다. 짐작컨대 한참 바쁜 점심 시간으로 손님이 많아 힘이 드셨던게지. 샌드위치 주문을 받는 분이 손님을 앞에 놓고 하신 말씀. 손님이 한국사람이며 한국말을 알아들을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안 했을테니 맘 놓고 걸하게. “ㄱ 새끼, ㅅㅂ새끼, 바빠죽겠는데 샌드위치는 시키고 ㅈㄹ이야.” 내 돈 내고 샌드위치 사 먹으려다 이 무슨 봉변인가? 나라면 먼저 안색이 변했겠지. 덜덜 떨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감정을 잘 조절하려 애를 썼을 거다. 그리고 매니저나 주인을 찾아 황당함과 모욕에 대한 사과를 톡톡히 받아냈을 테고. 만일 그 샌드위치 가게가 맥도날드나 서브웨이였다면, 예민한 사람은 인종차별이라며 고소까지 가지 않았을라나.
꾸며낸 얘기가 아니다. 전에 같은 교회에 다니던 어느 집사님의 체험담이다. 그 집사님 말씀이 “그 아줌마가 나를 멕시칸으로 봤나 봐. 허기사 우리 사장님도 내가 지붕 위에서 멕시칸들과 같이 일하고 있으면 ‘아무개 안 왔냐’고 찾으시니까.” 한국사람인 사장님도 멕시칸 일군들 틈에 있는 집사님을 알아보지 못하신다며, 샌드위치 가게에 그분이 오해할 만도 하다나. 쌍꺼풀 진 큰 눈에 마른 체격, 루핑일로 검어진 피부에 키까지, 누가 봐도 집사님은 영락없는 멕시칸이다. 그래도 그렇지. 손님 면전에서 그럴 수는 없는 건데, 집사님 반응은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는 명품이였다.
빙긋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아줌마, 욕도 참 이쁘게 하시네요.” 욕을 이쁘게 하시던 그 아주머니, 얼굴이 벌개져 부엌으로 뛰어들어가시더란다. 얼마나 놀랐을까. 심장마비가 날 정도의 실수에 참사가 아닌가. 그 얘길 들으며 우리 모두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 집사님이 다시 보였다. 배움도 많지 않았고 믿음도 깊지 않았던 집사님. 그러나 따라갈 수 없는 집사님의 명품 성품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얼굴 붉히고 서로 험악해질 수 있던 남의 실수를 웃음으로 넘겨버린 집사님의 재치, 순발력, 너그러움, 그리고 여유. 그 후 나는 집사님 팬이 되었다.
<김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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