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서관에서 아이의 책을 빌렸다가 어디에 두었는지 찾을 수가 없어 반납을 미루고 미루던 것이 결국 20불이 넘는 벌금이 되어 버렸다. 20불이면 더이상 책을 빌릴 수가 없어서 벌금을 내야 한다. 그래도 아이 책 몇권에 벌금이 너무 과한 것 같아 좀 깎아달라고 했더니, 아이들 책은 그런 경우가 많다며 15불을 깍아준다.
“오~예”. 남편은 도서관에 일부러 기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걸 깎느냐며 핀잔이지만, 나는 미국이 네고 가능한 사회임을 알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시도해 보았던 것이다. 미국에 와서 나의 첫 네고는 아파트 렌트비였다.
원래 1년만 살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고 했었는데, 영주권 신청을 하는 시기와 맛물려 3개월을 더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게 될 경우 Month to Month로 계약이 바뀌어 현재 렌트비 보다 20%를 더 내야 한다고 남편이 불평을 했다. 나는 억울한 생각에 아파트 매니저에게 내려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미국에 온 지 3달만에 버벅거리는 영어를 메모해서 협상에 임했다. 내 말은 열심히 했는데, 문제는 상대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내 이야기만 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고 매니저가 “O.K”라 말했다. 그 이후로도 카드회사에서 말도 안되는 연체료를 부과했을 때, 식기 세척기를 고친 후 2주만에 다시 고장난 것에 대한 서비스료 환불 등 많은 네고를 해 왔다.
모든 것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에 있듯이, 네고 문화도 그러하다. 어찌 보면 이런 협상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고스란히 바가지를 씌우고 있으면서 협상을 하는 사람들은 깎아주기 때문에 참 불평등한 시스템처럼 보인다. 반면, 누군가의 ‘빽’을 이용하지 않아도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그 상황이 합리적으로 판단될 때, 누구에게나 어필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최접점에서 일하는 고객센터의 직원이 판단하는 권리를 갖고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이 참 유연한 사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며칠 전 전횡단보도에서 자동차가 없기에 빨간불에 건넜다가 490달러의 벌금을 받은 남편이 보행자에게 너무 과한 처벌이 아닌지를 법정에서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잘못은 했지만 회사에 서둘러 출근하는 아침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하는 잘못인 만큼 이 주장이 통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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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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