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에 아버지 생신 잔치를 했다. 90회 생신이라 타주에 있는 조카들 가족까지 다 모였다. 가족만 모여도 40명이 넘으니, 잔치답고 즐겁고 감사하고 행복했다. 이번에는 한복을 입자고 했다. 오랫만에 입는 한복이였다. 몇 십년 전 한복도 있고 비교적 유행에 쳐지지 않는 최근의 세련된 한복도 있었다. 가족들 잔치니 좀 유행이 지나면 어떠랴 싶었는데, 모두 화려하고 예뻤다. 아버지 80세 생신 때였다. 한복을 다 새로 맞추어 입자 해서 알아봤더니 한 벌에 700-800달러란다. 이해는 가지만 유감이었다. 조금 과한 가격같다. 한복을 입으면 그 화사한 색상만으로도 잔치 기분이 나지 않던가. 새로 맞춰 입고 한껏 멋을 내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미국식 파티복으로 입었던 기억이 난다.
30여년 전 한복 몇 벌을 아직도 요긴하게 입는다. 워낙 유행에 둔감하고, 멋은 입는 사람 나름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유행과 상관없이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그런데 살면서 점점 한복 입는 횟수가 줄어든다. 30여년 전에는 행사 때면 꼭 한복을 입자는 말이 나오고 이런저런 일로 일년에 몇 번은 입었는데. 어르신들의 선동으로 새해 첫 주일, 추석엔 한복을 입고 교회에 가곤 했었다.
고유의상을 입고 일상생활을 하는 타인종들을 종종 본다. 대단한 일이다. 가끔 밥먹으러 가는 길에 화려한 고유의상을 진열한 인도옷 가게가 있다. 언젠가 들어가 구경해야지 한다. 어쩜 입지도 않을 거면서 한두 벌 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려 고민할지도 모를 일이다.
연두색, 진달래색, 노랑, 빨강 그 원색까지 좀처럼 평상시에 입을 수 없고, 어울리지도 않는 색상이 우리 옷으로 만들어 입으면 어찌 그리 화사하고 예쁜지. 그러고 보니 까만 벨벳 한복도 한 벌 있다. 깡통치마 이 한복을 가끔 입고 교회에 가면, 믿음의 선조 전도부인이 된 기분이 들곤 했다. 오랫동안 외출복도 만들어 입었었는데. 게으름을 떨쳐버리고, 깊숙이 넣어 둔 재봉틀을 꺼내 우리 옷도 만들어 입어보아야겠다. 은퇴할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지. 화사한 우리 옷, 또 생활한복을 만들어 집에서 입고 있으면, 매일 잔치하는 기분이 나지 않을까?! 내 카톡 아이디처럼 “날마다 잔치집”.
<김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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