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가의 ‘핫 버튼’은 과도한 상업용 부동산(CRE) 대출이다. 연방 통화감독청(OCC)이 주목해서 살펴보는 분야다.
기준은 리스크 가중 총자본금 대비 CRE 대출 비중으로 300% 이상이다. 속도도 중요해 최근 36개월간 CRE 대출 증가율이 50% 이상이면 위험 신호로 간주한다.
일단 걸리면 감독당국과 협정을 맺고 자구책 마련과 자본금 충당 등의 대안을 내놔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이면 ‘땅 짚고 헤엄치기’인데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감독당국은 서슬이 퍼렇다. 최근 올 1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이 수치가 300%를 넘은 상장은행이 전국적으로 170개에 달했다는 사실을 시장에 흘리며 무언의 압력을 넣었다.
뉴욕의 한 주류은행은 1년 새 150%포인트나 높아져 CRE 대출 비중이 500%에 육박하자 초비상을 걸었고 300%를 넘는 은행들의 주가가 은행업 평균보다 5% 이상 부진했다는 내용까지 곁들여 공세를 펼쳤다.
그렇다면 한인은행들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감독당국이 아닌 이상 실체를 모른다. 은행들은 해당 정보를 언론이나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 담보 대출 관행이 만연하니 막연히 높을 것이라고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은행들에 문의하니 역시 미공개 자료라고 난색을 표한다. 의무도 아닌데 굳이 공개할 필요는 없으리라. 무엇보다 수치가 공개되면 은행들은 위험도에 따라 순번이 매겨질 것이 뻔하다.
위험도가 높으면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다. 담보 가져와라, 한도 줄이겠다, 금리 올리겠다 등 우월한 지위를 잃을 수 있으니 화들짝하는 것도 이해된다.
그래도 물러서기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한걸음 더 들어갔다. 분기마다 감독당국에 보고하는 80페이지 이상 분량 콜 리포트의 60페이지 언저리에서 리스크 가중 총자본금을 찾아냈다.
CRE 대출 규모는 한 한인은행의 경우, 최근 은행장이 직접 참석한 월가 기관투자가 초청 컨퍼런스의 프리젠테이션 자료에서 발견했다. 그러자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이 은행의 리스크 가중 총자본금 대비 CRE 대출 비중이 530%에 달했고 ‘잘 봐줘도’ 340%를 넘긴 것이다. 여기서 ‘잘 봐줬다’는 말은 부동산 오너가 직접 사용하는 CRE 대출만을 따진 것으로 상대적으로 부실위험이 낮은 기준을 적용한 것인데 300%를 가볍게 넘긴 것이다.
은행들은 경고음을 내고 있는 요소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돌아보고 있나? 대마불사(Too-big-to-fail)에 취해 작은 경고음을 크게 듣지 못하고 주주와 투자자, 직원과 고객이 피해를 본 전례는 숱하게 많다. 조악한 개미구멍에 방죽이 무너진다는 의미처럼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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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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